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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숨결
무더운 여름 하늘, 쏟아지는 불볕, 그러나 활 쏘는 사대는 무덥지 않다. 오전 10시 30분 유성궁도장, 왼쪽부터 김지석 사범(8단), 박노환 접장, 나. 이용선 접장, 과녁에 명중은 각각 5시 4중, 5시 2중, 5시 5중, 5시 2중 순서로, 막내 아들이 사 준 활로 첫날부터 당당하게 몰기(5시5중)를 했다. 앞날이 환하게 보인다. 이런 맛으로 사는 게 인생이다.
8월의 무더위 속에서, 아침 7시 45 분경, 초순(初巡)에 몰다. 오늘 24순(화살 120발)을 쏘았다. 육체적 한계, 피로의 극한을 뛰어넘는 희열을 느끼고 싶었다. 귀가길, 하우스스토리 앞 소공원 내 나무가 정오의 뙤약볕 속에서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금년의 여름은 내 가슴 속에서 용광로처럼 작열하고 있는가!
몸을 풀기 위해 쏘는 초순(初巡)에 몰기(5시5중)를 했다. 기분 좋은 날이다.
매일 100발 활쏘기는 궁력을 기르기 위한 금년의 목표. 오늘 65번째부터70번째까지 편사중 5시5중, 91번째부터 95번째 화살까지 5시 5중, 96번째부터 100번째 화살까지 5시 5중, 하루에 3몰기, 집궁 30년만에 처음이다. 금년 1월부터 궁력 기르기를 시작, 6개월이 지난 7월부터 효과가 나타났다, 7월 중 몰기 총7회. 91번부터 95번까지 5중 4번 과녁에서 5시5중 후 1번 과녁에서 연몰기를 하다. 96번째부터 상단을 명중 ..중단...100번째는 하단을 명중
궁력 증대를 위해 연이어 화살 15발을 발사 후, 편사를 시작, 신중을 기하다 보니, 모두 과녘을 넘었다. 씁슬한 마음에 집궁 30년인 나에게 한참 아래인 후배가 쓴소리를 한마디 던진다. "그렇게 빨리 쏘니까 그렇지. 그렇게 쏘면 망치지요" 사람은 멀리 지내야 한다. 조그만 거리가 줄어들면, 선을 넘는다. 인품이 낮은 사람을 만나는 날은 운이 없는 날. 울컼 치미는 분노를 누르며 온몸으로 정신 집중, 다시 편사에 참여, 필사적으로 신중하게 화살을 쏘아 보낸다. 5시 5중! "활은 겸손하게 쏘아야 한다. 구사가 신사에게 꾸지람을 들었더니, 몰기가 나오네. 허허"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아름다운 성과로 승화시킨 정신수양을 이룩한 날이다. 이후, 두 사람이 다시 편사를 했는데 함께 몰기를, 연이어 5시5중을 했..
화살 11순(巡)(55발)을 쏘고 난 후, 56번째 명중, 57번째도 명중, 58번째도 명중, 몰기를 예감, 신중하게 59번째를 쏘아 보낸다. 명중! 60번째 화살, 기필코 명중 시켜야 한다. 호홉을 깊이 들여키고 전추태산 후악호미, 줌손에 힘을 주어 밀며 동시에 왼쪽 어깨를 뒤로 당기며, 화살을 보낸다. 명중! 마음을 다스려 얻은 5시5중, 이젠 활쏘기를 조금 알 것 같다.
한여름 아침은 고요하다. 12순(巡)째, 이를 악물고 왼손을 과녁을 향해 밀고 오른쪽 어깨를 당기며 56번째 화살을 쏘아 보낸다. 명중! 57번째도 명중! 58번째도 명중, 연 3중 후 마음을 가라앉히고 59번째 화살을 날린다. 명중! 깊은 숨울 들여 마시고, 단단한 마음으로 60번째 화살을 날린다, 명중! 5시 5중! 10년 동안 휴사 후, 금년 복귀한 활터, 유성궁도장에서 4번째 몰기를 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아침 7시 유성궁도장, 맑은 공기 속으로 힘차게 화살을 보내다. 과녘을 명중한 화살 5대의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