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스크랩] [박정원의 시 읽기(3)] 오르간/ 함기석 본문
오르간
함기석
바다 한복판에 오르간이 환하게 떠 있다
누구의 익사체일까
새들이 건반에 내려앉을 때마다
밀물과 썰물이 반음 차로 울리고
파도가 모래해변으로 나와
하얀 혓바닥으로
사람 발자국을 지우는 시간
게들이 하늘을 본다
북극성 조등(弔燈)에 환하게 불이 켜지고
원을 그리며 도는 별들 음표들 시간들
누가 주검을 연주하는 걸까
건반 사이에서 새들이 날아올라
캄캄한 허공으로 흰 쌀알처럼 흩어지고 있다
- <열린시학> 2009.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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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의 시 읽기(3)]
* 70%이상의 면적을 차지하는 바다가 지구를 지배한다. 생과 사가 교차하는 바다, 바다를 떠나서 살 수 없는 목숨들, 바다는 곧 우리들의 생명수인 물이기 때문이다. 윤슬의 해면이 오르간 연주를 한다. 장엄한 미사곡, 아니 천안호 침몰에 희생된 안타까운 주검들의 원혼곡일지도 모른다. 게처럼 살아가야만 하는 세상 밑바닥의 삶이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하루하루 시간을 지워가고 있다. 우주에서 내려다본 우리들의 모습은 흰 쌀알처럼 파도에 스러지는 물거품일지도 모른다. 지상에 발을 딛지 않는 새들의 합창소리가 그것을 간과한 듯 명쾌한 봄이다. 모처럼 들어보는 부드러우나 육중한 경고음의 오르간 소리가 온 산하에서 들리는 듯하다.
출처 : The poet`s Garden
글쓴이 : 박정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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