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춘설(春雪) 본문
춘설(春雪)
강 수 정
어제 본 나비야 어데 숨었니,
먼지의 요람 속에 하늘하늘
노랑 물 절인 날개 접어 짚 덤불 속 숨어있니
모락모락, 산 안개 달콤한 발톱 내 밀며 속삭였지
대문 밖이 환하다 빨리 날개를 달아라
행복하다고 믿는 봄볕 때문
문밖 쑤시는 아픔 있는 줄 몰랐지
무늬 돋아 꽃 돌아오고 아지랑이 출렁출렁 길 지우는데
벚꽃 더미아래 우체부 아저씨 빨간 마음속
연두 빛 질주하고,
노랑 물 흠뻑 들이켜 가는 허리 넌출넌출
바람, 바람은, 산 옆구리 밟고
첨벙, 비어있는 갈비뼈 밑 혀 자국내며
春雪이다
머리 속이 덜거덕거린다 하얗게 도배된다
새 한 마리 남쪽으로 치닫고
설레던 가슴기슭을 파헤친다
어제 본 나비야 어데 숨어있니
언 날개 파닥거리며 등이 시리지
꽃은 기다리지 않고 산이 춥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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