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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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모음

겨울 찻집

연안 燕安 2012. 2. 20. 00:36

· : 겨울 찻집에서
· 저자(시인) : 하두자
· 시집명 : 물수제비 뜨는 호수
· 출판연도(발표연도) : 1998
· 출판사명 : 심상
· 링크주소 : http://www.poet.or.kr/jadoo/ (13)
겨울 찻집에서

하두자


나무 탁자에 가뭇없이
노을 한 자락 풀어지고 있더니
어느새 밀물로 달려드는 저녁
창문마다 꽃등 내걸리고
웅크린 길 따라 돌아가야 할
내 이력도 거기서 머뭇거린다

찻잔 속의 고요, 가라앉는 슬픔 몇 닢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파리하게 떨어져내린다
물너울 속으로 고개 삐죽이 내밀어보이던
어린 날의 내 손금
벽난로 속의 장작이
제 뼈 태우며 사위어갈 때
가쁜 숨소리 안고
서둘러 돌아서야만 하는 겨울
찻집, 노을.

 

· : 그 겨울의 찻집
· 저자(시인) : 나호열
· 시집명 : 그리움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1
· 출판사명 : 포엠토피아
그 겨울의 찻집

나호열

이 새벽에
떠나가는 사람이 많구나
돌아가는 사람이 많구나
초점을 잃은 채 불빛은
유리잔 부딪는 소리로 흩어지고
겨울의 찻집에서 그에게 전화를 건다
지친 나그네가 되어 두드리는 문의 저 편에서
꽃다발을 들고 금방이라도 뛰어나올 것 같은데
그는 늘 시린 등뒤에서 절벽을 껴안고 있다
알라딘의 램프 속에서 나타나는 사람
알라딘의 램프 속으로 사라지는 사람
주홍글씨를 달고 싶지 않은 내 마음이
얼마나 깊은 강물로 울고 있는지 그는 알아
내가 하고 싶은 그 말을
내가 듣고 싶어하는 그 말을
안녕 이라는 한 마디로 대신한다
겨울 밤 찻집에서 그에게 전화를 건다
얼마나 숨차게 나에게 달려오고 있는 지
그는 부재중이다

 

겨울 찻집에서

- 이하


사내는 늘, 언덕 아래로 무너지는
바람을 달고 공원 찻집에 들어섰다.
탁자 갓등 불빛이 커피를 젖는 동안
사내의 깍지 손은
백양나무 새둥우리 갈색 그림자를 닮아 있었다.
찻집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담배연기는 모로 누워 밀려나고
벽난로 불빛을 떠나 창에 머문 시선
돌아설 줄 몰랐다.
첫 음악이 한 차례 더 흐른 후에야
사내는 찻잔을 놓았다.
아, 사내는 겨울에서야 헤진 가슴을 찾는
나의 동족이야, 분명
청둥오리 날개를 따라 이 계절 떠나고 나면
다시금 가슴을 허는 우리는 알지.
빈 찻잔의 온기를 두 손으로 꼬옥 누르면
겨울은 언제나 향기 나는 고독임을.

 

 

· : 겨울 찻집에서 그려보는 그대
· 저자(시인) : 이채-
· 시집명 :
· 출판연도(발표연도) :
· 출판사명 :
겨울 찻집에서 그려보는 그대

이채


눈 내리는 창밖
물끄러미 바라보면
우리 처음 만나던 그날이 생각나
울먹이며 피어나는 겨울꽃 한 송이
하얀 눈길 밟으며 나 홀로 찻집엘 가요

눈 내리는 찻집
꽃무늬 하얀 찻잔을 들고
어쩌면 그대처럼 포근한 느낌으로
한 모금 또 한 모금
하염없이 그리운 그대를 마셔요

하얗게 만나
하얗게 떠났어도
아, 아, 하얗게 지울 수 없어라
그날의 입맞춤 어떻게 잊어요
내 뺨에 설레는 그대 입술이 떨려요

눈 내리는 창밖
꼭 그대 올 것만 같아
깜박이는 눈망울로 스쳐가는 그 얼굴
살며시 눈 감으면
투명한 눈물로 흐르는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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