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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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모음

봄 편지

연안 燕安 2012. 2. 16. 01:09

· : 봄 편지
· 저자(시인) : 한택수
· 시집명 : 그리고 나는 갈색의 시를 썼다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0
· 출판사명 : 다층
봄 편지


어느 독자에게 나의 시를 보냅니다.

어리석은 계절이 기다림의 수렁에서 깨어나고, 잃어버린 마음도 고개를 내어밉니다. 이 봄에 나는 희망과 야심의 사전을 뒤적거립니다. 봄볕 같은 연록(軟綠)의 시를 만들어 봅니다. 시의 운율처럼 봄은 흐르고, 하늘과 땅이 조금씩 움직입니다. 봄이 와도 나의 시는 까칠한 나뭇등걸에 기대어 있곤 했습니다. 세월은 늘 내 바깥 저만치에 있었고, 시는 땅 속에서 나올 줄을 몰랐습니다. 나는 봄과 약속을 맺었습니다. 나는 작은 글씨로 시를 쓰렵니다. 새봄의 희망으로 다시 나를 북돋우고, 미답(未踏)의 말을 캐어내렵니다. 나를 이루려 합니다.

나의 시의 결에도 봄볕을 비추소서!

 

· : 어느 봄날의 편지
· 저자(시인) : 김귀녀
· 시집명 :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11.6
· 출판사명 :
어느 봄날의 편지

김귀녀


연둣빛 나뭇잎들이 몸을 털어내는
어느 봄날
학처럼 맑고 선비처럼 곧은
지인의 편지를 받았다
친필로 쓴 편지
지금 시대에서 볼 수 없는 살 냄새나는 편지
남편 시집 선물로 드렸더니
꼼꼼히 챙겨 읽고
감동받으셨다는 그 편지
그 분이 살았던 푸른 숲길이 보였다
그 숲에서 햇빛과 공기
알맞은 비 그리고 바람이
신선하게 불어왔다
투명하게 살아온 그 분의 눈빛이 보였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던 곧은 삶이 보였다
오늘처럼 따뜻한 봄날
봄볕이 들어오는 창을 통해서
봄눈으로 다시 피어났다
내 몸이 연둣빛으로 물든 것 같았다

 

· : 어느 봄날의 편지
· 저자(시인) : 이순희
· 시집명 :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9
· 출판사명 :
어느 봄날의 편지

李順姬

늘 흙을 밟고 사는데도
편안함을 주는 흙
빈 밭의 흙을 밟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겨우내 추위와 힘 겨룬
흙 한줌 집어 들어 보십시오.
모진 눈바람과 된서리로 몇 날 몇 밤
홀로 지새웠을 까요
상처투성이의 흙은
강인함으로
또 하나의 우주가 되어
새로운 생명체를 수태할 준비로 바쁘고
생명의 작은 풀꽃 하나라도
소홀히 하지 않는 힘으로 품어 안겠지요.
제 살덩이에서 떼어낸 제 핏덩이처럼

사춘기 소녀의 젖 망울 마냥
매화꽃망울이 몽실 거립니다.
고운 햇살 몇 가닥 실컷 빨아들이면
투명한 연분홍 신호탄을 공중에 쏘아 올리겠지요.
봄의 탄성이 하늘을 가르는 날
겨우내 미루었던 나들이가렵니다
통통거리는 아이의 발걸음과
피어오를 웃음소리가
매화 향기보다 더욱 진할 듯싶습니다.

흙을 만지며
갖은 상처를 사랑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지혜를 배우고 싶습니다.
아니 닮기라도 했으면 합니다.

 

· : 봄 편지
· 저자(시인) : 김설하
· 시집명 :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8년 봄호
· 출판사명 : 도서출판 시사랑음악사랑
봄 편지 -詩 김설하


돌아설 줄 모르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
실개천 눈뜨기 시작한
갯버들에 걸어놓으면
그리워 그리워 하도 그리워
내 가슴도 그렇게 터실 해졌노라고

겨우내 숨죽였던 봄바람
노을 진 바닷가 발목 담그고
차르르 차르르 속삭여준다면
밤새 눈물로 지샌 가녀린 마음
수면 위 둥둥 그리움 벗어놓고
내 가슴도 그렇게 바다가 되었노라고

무심코 받아들었다가
구겨진 종잇조각 되어버려도
폭삭해진 땅을 뚫고 올라온 여린 풀잎
그대 지나가는 길목 풋풋한 풍경되어
모진 풍상에도 스러지지 않는 그리움
우리 사랑했던 날 잊을 수 없노라고

젖은 손 내밀어 소식 전하니
그대 여전히 그립노라고

 

 

· : 봄편지
· 저자(시인) : 윤정옥
· 시집명 : 그를 만지며 지나간다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3
· 출판사명 : 제3의문학
· 링크주소 : http://www.poet.or.kr/yjo/ (6)
봄편지

윤정옥(尹晶玉)


목련나무에 함박 웃음이 가득 매달렸어요.
아름다운 사람의 미소는
아마 저런 백목련 빛일 거예요.

발 밑 땅 속으로 핏줄이 흐르고 있어요.
초록의 혈관을 지나 개나리 줄기로 오르네요.
아, 오랫동안 막혔던 땅과 나무와의 사이
현기증 같은 노란 개나리꽃이 피네요.

열꽃이예요
겨울바람에 벗은 몸 맡기고
늘 똑같이 들여다봤지요, 유리창 너머의 당신
이렇게 꽃분홍 열꽃에 휩싸인
홍매화 그늘로 당신의 찬 손, 내밀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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