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간이역 본문
· : 간이역 |
· 저자(시인) : 이진숙 |
· 시집명 : 판다를 위하여 |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11 |
· 출판사명 : |
간이역 이진숙 기다리는 이의 구두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보퉁이 손에 든 아낙도 보이지 않는다 이별의 아쉬움에 목을 놓던 기적소리도 바람결에 흔들리던 코스모스도 길을 잃는다 오직 쓸쓸한 들녘에 홀로 남은 어머니 세월을 엮어 홀매치던 기다림의 시선만이 그곳에 있다 멈출 듯 멈출 듯 스쳐가는 한 무리의 시간마저 떠나보내고 또다시 세월 속으로 고개 숙인다 아주 조그맣게 바람이 인다 |
· : 간이역 |
· 저자(시인) : 이일영 |
· 시집명 : |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11 |
· 출판사명 : 포스트모던-겨울호 신인작품상 수상작 |
- 간이역 - 이일영 어느 간이역에 내려섰다. 어디에선가 새 생명의 첫 울음이 흐르고 누구인가 죽어가는 슬픔으로 목을 놓은 시간 세상은 아롱다롱 단풍 들듯 그렇게 흘러가고 나는 어느 간이역에 내려 미지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비상하는 바람에 부딪혀 넋 놓아 질린 하늘 부끄러운 기억을 씻어낸 고해의 눈물자리에 핼쑥한 낮달이 약속처럼 떠 있었다. 주섬주섬 챙겨온 삶의 공허처럼 쓸쓸한 간이역에서 체온으로 남은 겹겹의 그리움을 깨물면 수천촉의 화살이 날아와 온 몸을 뚫고 있었다. 광장의 나무에 기대어 허망하게 흘린 삶을 참회하며 미완의 생을 관통한 화살을 뽑아낼 때마다 아득한 기억들 피를 흘리고 또 한 점의 살이 묻어 나왔다. 나무의 무성한 잎들은 소슬바람 핑계 삼아 푸른 눈을 떨고 저만치 눈치를 살피는 새들의 울음소리만 들려올 뿐 끝내 나무에 들지 않았다. 낯선 땅의 향기가 천천히 몸을 맡겨오면 한적한 읍내의 산등성이를 깊은 숨으로 더듬어가고 늦가을 촉촉한 먹빛으로 번져오던 산 그림자 석양의 끝자락을 당겨 나의 낯가림을 감추었다. 광장에 길게 누운 그림자 따라 하나 둘 불이 켜지면 사방으로 그림자가 서는 두려움에 대합실로 돌아와 다시 열차를 기다렸다. 계절은 줄을 당기며 세상을 오가는데 시간 속으로 떠난 열차는 돌아온 사람이 없었기에 열차를 기다리는 내내 속내의 기침소리만 깊어지고 멀리 산 모퉁이 밀치고 세상을 가르는 기차가 오면 총총히 짐을 꾸려 대합실을 나서는 행렬을 따라 간이역 출입구를 연신 돌아보며 열차에 오르는 내가 있었다. |
· : 간이역 |
· 저자(시인) : 서봉석 |
· 시집명 : 문예비전 |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8 |
· 출판사명 : |
산도 그림자 째로 서산 넘고 새도 소리 다물고 숨어 간 뒤 한 뼘쯤 흘린 잔 구름사이로 흘끗 남아 붉은 끝 노을 아직 가을 이른데 서둘러서 시그널 내려놓는 풀빛 기차보다 먼저 떠나고 싶어서 차표처럼 철길을 움켜 쥔 간이역에서 문득 우리를 다녀간 많은 세월 섭섭해서 대합실을 서성거리는 초침 소리를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
· : 인생 열차는 간이역이 없다.(三) |
· 저자(시인) : 趙司翼 |
· 시집명 : 인생 열차는 간이역이 없다 |
· 출판연도(발표연도) : |
· 출판사명 : |
다시 이글거리며 솟아오르는 태양처럼 마음 설레도록 희망찬 새날로 가자 오늘도 어제처럼 쉼 없이 닫히고 열리는 그 하루하루 속에서 인생 또한 그러하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다. 간이역이 없는 인생 열차 무릇 돌아보니 인생길, 그 길 따라왔다지만 무엇을 이뤘고 또 무엇을 이뤄야 했는지 허무를 위한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었는지 서리 밭 찬 길을 숨 가쁘게 달려왔을 뿐 나를 위한 축배의 잔을 치켜든 기억은 요원하기만 하고 끝 역에 다다르면 지상을 떠날 유한 적 존재에 불과한 나 바람처럼 흔들리며 살아온 나날 파도처럼 출렁대며 부대낀 세월 짠물 머금은 바닷바람에 떠밀려온 물줄기가 발밑 모래알 속속들이 낮별처럼 녹아든다. 반기는 이 없어도 아는 이 하나 없는 외로운 길일지라도 나머지 가야 할 길이 마음 한 자락 내려놓고 쉴 수 있는 그늘만 있다면 힘들 땐 그러려니 그런가 보다 주절거리며 인생길 따라 쉼 없이 가리라 남아 있는 후원'後園', 그곳으로 |
· : 간이역 |
· 저자(시인) : 신현정 |
· 시집명 : 자전거 도둑 |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5 |
· 출판사명 : 애지 |
간이역 신현정 나, 그곳에서 배회한다 맨드라미 빛나는 그곳에서 개가 빛나는 그곳에서 흘레가 빛나는 그곳에서 배회한다 신문지가 빛나는 그곳에서 새우깡이 빛나는 그곳에서 벤치가 빛나는 그곳에서 배회한다 굴렁쇠가 빛나는 그곳에서 아이가 빛나는 그곳에서 호각이 빛나는 그곳에서 배회한다 삶은 계란이 빛나는 그곳에서 사이다병이 빛나는 그곳에서 손이 빛나는 그곳에서 나, 급행은 보내고 완행을 타려고 한다. |
· : 간이역 |
· 저자(시인) : 고은영 |
· 시집명 : |
· 출판연도(발표연도) : |
· 출판사명 : |
간이역 (宵火)고은영 불안은 탄식과 함께 만조다 빛없는 어둠을 입고 넘치는 잔에 떼어낼 수 없는 고독을 마시며 희망을 품는다는 것은 얼마나 서러운 일인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눈물 어리면 통증 한줄기 무거운 가슴으로 걸어 온다 형벌 같은 현실과 어긋난 시간들 서서히 암울한 적조 현상이 오고 함몰하는 구겨진 의식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 지각에 혼돈이 오고 이미 무너진 넝마 같은 살아 있음을 자각하는 오감 세상을 버리고 싶어진다 꺼질 듯 작은 등불이어도 흔들리는 내 안의 오후를 이끌고 오늘, 내가 서 있는 이곳이 작은 간이역이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20051106 |
· : 간이역 |
· 저자(시인) : 김정호 |
· 시집명 : 억새는 파도를 꿈꾼다 |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5 |
· 출판사명 : 푸른별 |
간이역 김정호 불빛도 흐트러진 간이역 갈 곳도 없고 더 이상 내려야 할 사람 없어 산봉오리에 뜬 저 달도 구름 속에 눕는다 흔적조차 없는 무상한 세월아 허공에 새겨진 님의 발자국도 찾을 수 없으니 행여 떠나버린 님 만나거든 바람에게 소식 전해다오 내가 머물러 있는 곳은 푸른 별이 떨어져 들꽃으로 피어올라 떠난 님 그리워 애태워 기다리는 곳이라고 |
· : 간이역 |
· 저자(시인) : 김선우 |
· 시집명 :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0 |
· 출판사명 : 창작과비평사 |
간이역 김 선 우 내 기억 속 아직 풋것인 사랑은 감꽃 내리던 날의 그애 함석집 마당가 주문을 걸 듯 덮어놓은 고운 흙 가만 헤치면 속눈썹처럼 나타다던 좋.아.해 얼레꼴레 아이들 놀림에 고개 푹 숙이고 미안해 - 흙글씨 새기던 당두마을 그애 마른 솔잎 냄새가 나던 이사오고 한번도 보지 못한 채 어느덧 나는 남자를 알고 귀향길에 때때로 소문만 듣던 그애 아버지 따라 태백으로 갔다는 공고를 자퇴하고 광부가 되었다는 급행열차로는 갈 수 없는 곳 그렇게 때로 간이역을 생각했다 사북 철암 황지 웅숭그린 역사마다 한그릇 우동에 손을 덥히면서 천천히 동쪽 바다에 닿아가는 완행열차 지금은 가리봉 어디 철공일 한다는 출생신고 못한 사내아이도 하나 있다는 내 추억의 간이역 삶이라든가 용접봉,불꽃,희망 따위 어린날 알지 못했던 말들 어느 담벼락 밑에 적고 있을 그애 한 아이의 아버지가 가끔씩 생각난다 당두마을,마른 솔가지 냄새가 나던 맴싸한 연기에 목울대가 아프던. |
· : 간이역 |
· 저자(시인) : 김정호 |
· 시집명 : 바다를 넣고 잠든다 |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2 |
· 출판사명 : 푸른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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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김정호(美石) 가끔씩 완행열차가 멈추어 서도 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설역(私設驛)이라 그런지 늙은 역장은 내리지 않은 사람들을 애써 기다리지 않고 선술집에 앉아 막걸리만 마신다 속금산을 지나는 열차는 뱃속 아버지가 누군지 모른 체 철교 위에서 자살을 했다는 미친 여자의 옛날 이야기를 아는지 구슬픈 소리를 내며 달려온다 역 부근 철로 위에는 아이들이 물고기 잡을 작살을 만들려는지 레일 위에 대못을 올려놓고 측백나무 뒤에 숨어서 기차가 지나가길 초조하게 기다린다 완행열차가 지나간 속력만큼 세월은 내 곁을 스치며 지나가 버렸다 오늘도 기차는 경전선 석정 간이역에 내리는 사람은 없어도 언제가 내려야 할 사람을 위해 등 굽은 몸을 헐떡이며 멈춰 서있다 |
· : 간이역 |
· 저자(시인) : 김완하 |
· 시집명 : |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1 |
· 출판사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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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김완하 누군가 손목을 놓지 않고 떠난 곳 오래 묵은 선로 곁에 한결같이 민들레 몇 송이 피어 조용히 흔들리고 있다 바로 거기서부터 다시 이어가야 할 길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