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봄꿈 본문
· : 봄꿈 |
· 저자(시인) : 박순호 |
· 시집명 : 다시 신발끈을 묶고 싶다 |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1 |
· 출판사명 : 문학마을사 |
봄꿈 박 순 호 봄바람이 저수지의 얼음을 걷어갔다 수심의 깊이를 저 혼자만 알고 있는 조약돌 하나가 하늘 위로 튕겨 오를 듯 봄밤에 물결이 뒤척이고 있다 |
· : 봄꿈 1호 - 김지향 |
· 저자(시인) : 김지향 |
· 시집명 : 위험한 꿈놀이 (제19시집) |
· 출판연도(발표연도) : 1996년 |
· 출판사명 : 양문각 |
하늘에 쌓인 비, 올이 풀렸다 터진 실밥이 날리다가 와르르 치마폭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려 땅 위의 무덤 같은 내 초막을 덮쳤다 집 전체를 차지하고도 배가 고픈 비가 사방으로 갈기를 뻗어 떠내려오는 비명을 걷어 삼키고도 배가 고픈 비가 등줄기를 치켜들고 바람이 되어 달린다 비켜, 비켜, 소리 지르며 넘어지는 집 기둥을 잡고 버티던 나는 기둥과 함께 나둥그러져 머리에 대못으로 박히는 비의 부리를 두 주먹으로 짓으깼지만 머리칼 하나 남기지 않고 벌초나 하듯 싸악, 쓸어쥐며 비가 땅끝으로 가는 중이다 삶의 필름이 말끔히 씼겨 백지가 된 나는 땅끝의 풍경을 백지에 주워담아 새 필름으로 땅끝에서 하늘가는 삶을 새로 시작하려다가 깨고보니 애석함뿐인 황홀한 봄꿈이었다. |
· : 봄꿈 .2호 |
· 저자(시인) : 김지향 |
· 시집명 : 위험한 꿈놀이 (제19시집) |
· 출판연도(발표연도) : 1996년 |
· 출판사명 : 양문각 |
· 링크주소 : ![]() |
게시물을 하루에 3편이상 올리실 수 없습니다. 봄꿈 2호 우당 김지향 땅 끝의 그물에 걸린 나는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땅은 지금 불덩이가 파먹어 들어간다 땅에 박힌 햇살을 드문드문 뽑아내도 땅 타는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녹아 없어진 레일 위로 불차가 달려가다 덥썩, 나를 건져 올렸다 (나는 불차를 타고 세상을 본다) 불차 머릿속도 타고 있는지 뒷 꽁무니엔 시뻘건 혀가 들끓는 추억처럼 보일라말락 날름거린다 불똥에 가려 끝이 뭉개진 세상 속으로 굉음을 질러 넣으며 불차는 밭갈이하듯 세상을 갈아 뭉갰다 (아직도 박살낼 인심이 남아 있는 진 알 수 없지만) 불차 머리가 들이밀기만 하면 그곳엔 사물들의 입체공간이 질펀히 퍼져 누웠다 납죽하게 타버린 사물의 배 위로 질주하는 불차를 타고 나는 이미 일부가 타버린 몸으로 불덩이 속으로 전속력으로 달려간다 (산채로 화장되는 일도 산자만이 입는 은혜?) 이 불덩이 속에선 “적당히”나 “어정쩡”은 없다 달리는 불차 앞에 뚜껑 열어 보이는 하나님의 컴퓨터엔 끝 날의 끝부분이 뚜렷이 찍혀져 나온다 번개처럼 지나가는 활자 속엔 화살표를 가리키는 하나님의 손가락이 언뜻언뜻 얼비치기도 하면서 *<위험한 꿈놀이>(제 19시집1996년)에서 |
· : 봄꿈 3 호 |
· 저자(시인) : 김지향 |
· 시집명 : 위험한 꿈놀이 (제19시집) |
· 출판연도(발표연도) : 1996년 |
· 출판사명 : 양문각 |
· 링크주소 : ![]() |
게시물을 하루에 3편이상 올리실 수 없습니다. 봄꿈. 3호 우당 김지향 낭떠러지에 서 있다 세상 끝이 바로 가까이 보이네 아득히 가 아닌 분명히 매우 크게 매우 세밀히 세상의 귀퉁이마다 달려있는 가윗날의 번쩍임이 보이네 이런 날은 안개가 날개를 내리고 숨을 죽인다 하늘이 낮게 낮게 가라앉고 하늘. 땅이 직각으로 구부러져 하나가 된다 그 뒤로 보이는 사람의 움직임 (하늘사람을 보면 허무가 지워진다?) 하늘 위에도 길이 있고 산이 잇고 바다가 있고 굴다리가 있고 육교가 있고 바람이 없고 해가 없고 어둠이 없고 빛은 머리꼭지에서 화살처럼 일사분란하게 연속사격을 가해왔다 퍼붓는 빛의 공격 속에 한 사람이 몸을 넣는구나 아, 누가 나를 불러 벼랑에 세웠는지 만발한 빛의 꽃밭으로 빨려 들어간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네 끝 너머 끝이 몇 개 또 있구나 내 발걸음은 끝을 향해 가고 있지만 아, 끝을 향해 발을 내디딘 나! 앗질, 몸이 한번 떠오른 뒤 어둔 수렁으로 첨벙 떨어졌네 드디어 꿈 밖으로 퉁겨져 나왔다 *<위험한 꿈놀이>(제19시집 1996) 에 수록 |
· : 봄꿈-2 |
· 저자(시인) : 류정숙 |
· 시집명 : 생명의 길 |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0 |
· 출판사명 : 문예운동 |
누가 심었을까? 지천으로 핀 풀꽃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언덕위에 선 나무들이 푸른 옷을 갈아 입고 강물에 풍덩 빠져야 여름이 온다 가지 끝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음악처럼 소리를 내는데 봄은 산언덕에서 빙그레 웃는다. |
· : 봄꿈-1 |
· 저자(시인) : 류정숙 |
· 시집명 : 생명의 길 |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0 |
· 출판사명 : 문예운동 |
계곡 물이 졸졸 흐르는 봄날 돌담을 끼고 햇볕이 뱅뱅돈다 꽃망울이 벙그는 나무같이 봄바람을 손잡는데 꽃밭에선 새순이 솟는다 |
· : 우이동일지 ·14 - 봄꿈 - 홍해리 |
· 저자(시인) : 홍해리 |
· 시집명 : 청별 |
· 출판연도(발표연도) : 1989 |
· 출판사명 : |
우이동일지 ·14 - 봄꿈 홍해리(洪海里) 복사꽃물 면사포 살구꽃 웨딩드레스 진달래빛 가슴 개나리 금빛 아지랑이 꿈. |
· : 봄꿈 사랑이 지나간 자리 |
· 저자(시인) : 전병조 |
· 시집명 : |
· 출판연도(발표연도) : |
· 출판사명 : |
봄꿈 사랑이 지나간 자리/전병조 어딘지 모르게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주 낮선 곳으로 바람도 없고 빛도 없는 텅 빈 그러면서도 꽉 찬 느낌의 공허 속으로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느낌의 세계들이 하나 씩 둘 씩 지워져 나가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높은 곳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아주 낮은 곳으로 그림자처럼 녹아서 흐르는 나무, 십자가 그리고 흐린 사람의 얼굴 그것은 내가 처음으로 경험하는 추상의 세계였다 세상에 실재하는 모든 사물들이 움직이는 그림자처럼 보였고 내 자신이 연기처럼 밤하늘로 증발하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밤하늘을 명멸하는 수 많은 별빛들의 점묘(点渺), 改宗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빠르게 아주 순간적으로 나는 사랑의 마술에 걸린 것이다 우주의 모든 신화가 내 자그만 눈빛 속에서 흥망과 성쇠를 거듭하고 아스팔트의 끈끈한 감촉들이 갈수록 은밀한 부분을 향하여 자꾸만 스며드는 듯한 촉촉한 느낌의 빛나는 갈등들, 난 잠시 내가 수만갈래로 허물을 벗는 듯한 사마귀의 환각에 사로잡혔지 내 그림자가 학, 나비의 모습으로 자꾸만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습기찬 계곡의 차가운 환상을 밟으며 하나의 몸뚱이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동시에 살을 섞는 듯한 느낌의 반복들, 지나간 여름의 그늘들 사이로 매미가 울었다 아주 잠간 사이 그러나 그 공명의 여운은 오래도록 나의 뇌리에 가몰거렸다 봄도 안된 내 사랑의 뜨락에서 내가 느낀 건 세상사 모든 것이 하나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었다 사랑도 물 빠진 갯뻘 위의 희뿌연 안개와 같다는 것 하지만 아직도 반짝이는, 사금파리처럼 아프게 반짝이며 날카롭게 아려오는 잔잔한 기쁨 하나 그대가 내게서 빠져나간 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