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별이 빛나는 밤에 본문

현대시모음

별이 빛나는 밤에

연안 燕安 2012. 3. 1. 23:27

 

· : 별 헤던 밤
 
· 저자(시인) : 조철형
 
· 시집명 :
 
· 출판연도(발표연도) :
 
· 출판사명 :
 
별 헤던 밤

추풍고요/조철형


까맣게 잊고 살던 날에도
수없이 많은 별꽃은
저마다 아름답게
까만 하늘 수놓으며
빛나고 있었느니

이름 모르는 별 하나에
바람의 고운 친구 되어달라
조르고 졸라서 함께하는 날
바람의 심장이
별꽃 춤을 춘다

꿈속에선 셀 수 없고
바라보면 셀 수 있는
이 밤에
바람의 혈관 속 고요한 피가
꿈틀거린다

저홀로 떠돌던 바람도
떠날 수 없게 만드는 밤
은하수 푸른 하늘에서
별꽃춤 추던 작은 별 하나
바람의 가슴에 떨어진다.

 

· : 이영지/별 무리 흔들리는 밤이면
 
· 저자(시인) : 이영지
 
· 시집명 : 창조문학(1997)/행복행 내님네(1998)
 
· 출판연도(발표연도) : 1997/1998
 
· 출판사명 : 양문각
 
이영지/별 무리 흔들리는 밤이면

이영지/별 무리 흔들리는 밤이면
촛물 두개 켜들고
그대에게
갑니다
흐드러진 긴 꿈의 깃발들고
아슴히
피어 오르는 분꽃으로
하늘하늘
비단길 흔들며
장미 다발
매어서 목에다 걸고
해 묻은 물동이
머리 위에 소롯이 얹고

별무리 흔들리는 밤이면
두손으로
물송이 두근두근 함빡 젖게 흔들리며
낮은 숨소리로
촛물 두개 켜들고
그대에게
갑니다

-1997년시등단작품

 

· : 별이 빛나는 밤에2
 
· 저자(시인) : 권오범
 
· 시집명 :
 
· 출판연도(발표연도) :
 
· 출판사명 :
 
별이 빛나는 밤에2 / 권오범

심해에 무수히 박힌 다이아몬드
서로서로 검지로 점 찍어
밤마다 개구리들과 경쟁적으로 갈고 닦아
꿈을 초롱초롱 키웠던 초가삼간

눈바람 속으로
굽이굽이 끌고온 내 생애
찬찬히 치쓸어 보니
그때가 봄날이었던 것을

너무 멀리 와버려
돌아갈 수조차 없고
내일의 안녕마저 기약할 수 없는
자갈 뿐인 일방통행

그때처럼 유월이 밤꽃을 피웠건만
이젠 개구리들도 사랑노래 부르지 않아
새벽을 홀로 아슴아슴 끌어당기는
변방의 하늘 밑

 

· : 시밭(詩田)에서 밤하늘 별빛을 바라보면
 
· 저자(시인) : 민경대
 
· 시집명 : 시인과 정치인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8년 7월 8일
 
· 출판사명 : 청곡
 
시밭에서 밤하늘 별빛을 바라보면


 

· : 별빛도 고운 밤에
 
· 저자(시인) : 김미선1
 
· 시집명 : 편지
 
· 출판연도(발표연도) : 1989
 
· 출판사명 : 소담출판사
 
별빛도 고운 밤에

김미선


하늘엔
수없이 떨어지는
별무리

오늘같은 밤엔
그대를 만났으면

걷고
또 걸어도
좋을 것 같은 밤

이럴 땐
무슨 말로
어떻게 만나자는
약속을 해야하나

이 고운 밤에
얘기 할까요
사랑의 말도
전해 줄까요
이런 기분은 정말
처음이야

어떻게 전할까
사랑하는 마음을

 

· : 별이 빛나는 밤
 
· 저자(시인) : 강현국
 
· 시집명 : 고요의 남쪽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4
 
· 출판사명 : 고요아침
 
별이 빛나는 밤

강 현 국


한 고요가 벌떡 일어나 한 고요의 따귀를 때리듯
이별은 그렇게 맨발로 오고, 이별은 그렇게
가장 아름다운 낱말들의 귀를 자르고
외눈박이 외로움이 외눈박이 외로움의 왼쪽 가슴에 방아쇠를 당길 듯 당길 듯
까마귀 나는 밀밭 너머 솟구치는 캄캄한 사이프러스, 거기

아무도 없소? 아무도...


· : 별 가득한 밤 - 원성스님
 
· 저자(시인) : 원성스님
 
· 시집명 :
 
· 출판연도(발표연도) :
 
· 출판사명 :
 
별 가득한 밤
순풍을 타고
한 줌 꽃씨 되어 하늘에 올라 내 마음은
별이 되었다 달이 되었다 꽃이 되었다.
그렇게 바라본 세상은 너 나 할 것 없는 한 마음이리니
향긋한 내 마음은 순풍을 타고
지상의 아름다운 별들을 헤아린다.


 

· :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윤동주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윤동주

--윤동주 선생 대표시선

 

 

1.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쳐있고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쳐있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2. 눈 오는 지도

 

 

순이(順伊)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 것처럼 창 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우에 덮인다.

방안을 돌아다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나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홀홀히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던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냐,

네 쪼고만 발자욱을 눈이 자꼬 나려 덮여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욱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욱을 찾아 나서면 일년 열두 달 하냥 내 마음에도 눈이 나리리라.

 

 

 

 

3. 달같이

 

 

연륜이 자라듯이

달이 자라는 고요한 밤에

달같이 외로운 사랑이

가슴 하나 뻐근히

연륜처럼 피어 나간다.

 

 

 

 

4. 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5. 귀뚜라미와 나와

 

 

귀뚜라미와 나와

잔디밭에서 이야기했다.

 

 

귀뚤귀뚤

귀뚤귀뚤

 

 

아무게도 아르켜 주지 말고

우리 둘만 알자고 약속했다.

 

 

귀뚤귀뚤

귀뚤귀뚤

 

 

귀뚜라미와 나와

달밝은 밤에 이야기했다.

 

 

 

 

6. 굴 뚝

 

 

산골작이 오막살이 낮은 굴뚝엔

몽기몽기 웨인연기 대낮에 솟나

 

 

감자를 굽는 게지 총각애들이

깜박깜박 검은 눈이 모여 앉아서

입술에 꺼멓게 숯을 바르고

옛이야기 한 커리에 감자 하나씩.

 

 

산골작이 오막살이 낮은 굴뚝엔

살랑살랑 솟아나네 감자 굽는 내.

 

 

 

 

7. 산울림

 

 

까치가 울어서

산울림,

아무도 못 들은

산울림.

 

 

까치가 들었다,

산울림,

저 혼자 들었다,

산울림.

 

 

 

8. 서 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9. 별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하나에 추억과

별하나에 사랑과

별하나에 쓸쓸함과

별하나에 동경과

별하나에 시와

별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짬,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北間島)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우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10. 길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우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읍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11. 무서운 시간

 

 

거 나를 부르는 것이 누구요

가랑잎 이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

나 아직 여기 호흡이 남아 있소.

한번도 손 들어 보지 못한 나를

손 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 몸 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것이오.

일을 마치고 내 죽는 날 아침에는

서럽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 텐데......

나를 부르지 마오.

 

 

 

 

12. 또 다른 고향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白骨)이 따라와 한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 곱게 풍화작용(風化作用)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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