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꽃과 나비 본문

현대시모음

꽃과 나비

연안 燕安 2012. 2. 3. 00:30

· : 꽃과 나비
· 저자(시인) : 이정자1
· 시집명 : 능소화 감옥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5
· 출판사명 : 문학아카데미
꽃과 나비

이정자


나비 한 마리 꽃잎에 사뿐히 내려와 앉는다
꽃에서 나비에게로 아득한 향기가 흐르고
나비에게서 꽃에게로 아득한 마음이 흐른다

우주의 중심이 따로 없다
영원히 멈추어 있는 금빛 시간이 존재할 뿐이다

꽃 지고 나비 날아간대도
꽃잎 열던 그 순간만 같이
나비 내려앉던 그 순간만 같이
꽃봉오리 터뜨리던 그 순간만 같이
우리가 사랑할 수 있다면
지워지지 않을 마음의 무늬 하나
영원 속에 아득히 새겨두고 가는 것이라

 

 

· : 꽃과 나비
· 저자(시인) : 이생진
· 시집명 : 서울 북한산
· 출판연도(발표연도) : 1994
· 출판사명 : 평화출판사
· 링크주소 : http://www.poet.or.kr/sj/ (5)
꽃과 나비

이생진


족두리 바위 밑에
노란 양지꽃
입을 열까 말까하다
입을 연다
"아저씨 나비 어디 있던가요
나비 좀 불러다 줘요"
나비 발에 사뭇 밟히고 싶어 몸살이 난 꽃
"아저씨 나비 좀 불러다 줘요"

 

· : 동백꽃과 나비
· 저자(시인) : 이생진
· 시집명 : 거문도
· 출판연도(발표연도) : 1988
· 출판사명 : 작가정신
· 링크주소 : http://www.poet.or.kr/sj/ (4)
동백꽃과 나비

이생진


동백꽃에 향기가 있다면 사고 나겠지
동백꽃이 오월에 핀다면
나비가 투신 자살하겠지
겨울에 피길 잘했지
살면서 부산 피는 것도 잘하는 짓은 아냐
섬에서 혼자 피길 잘했지

 

· : 붉은 꽃과 붉은 꽃 사이에 흰나비가 난다
· 저자(시인) : 노현숙
· 시집명 : 우리시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11.01.
· 출판사명 :
붉은 꽃과 붉은 꽃 사이에 흰나비가 난다

노 현숙

붉은 꽃이 아름다운 것은
상처투성인 채
서로 바라보며
거리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심장이 피어오른다
붉은 꽃과 붉은 꽃 사이에 흰나비가 난다

생살 바람이 걸음을 멈춘다

아름답고도 뼈아픈 생의 아이러니를 어떻게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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