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공원 본문
· : 하늘공원 |
· 저자(시인) : 권달웅 |
· 시집명 : 달빛 아래 잠들다 |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9 |
· 출판사명 : 모아드림 |
나지막한 산이 하늘을 품었다. 저 산자락을 싸락눈처럼 뒤덮은 하얀 억새꽃, 그 산 아래 변두리 달동네 옥탑방에서 새어나오는 봉선화 손톱물 같은 불빛이 아슴푸레하다. 하얀 억새꽃이 강을 건너가는 철새울음처럼 바람에 눕는다. 저 하늘 한 구석에 먼 길을 걸어온 내가 쉴 작은 의자 하나 놓였다. |
· : 공원엔 작은 산이 있고 |
· 저자(시인) : 유소례 |
· 시집명 : 제1집 <어머니의 깃발> |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1년 |
· 출판사명 : |
공원엔 작은 산이 있고 - 유소례 - 공원 뒷산을 바라본다 둔한 몸을 부려놓은 곰이다 마음이 있는 우직한 짐승을 밤의 입이 한 모금 두 모금 마시고 있다 곰의 귀와 목 허리와 꼬리에 연줄을 묶어놓고 가다가도 돌아서는 내 안의 연, 어슬어슬 한기 도는 밤의 휘장을 두르며 내일 또 만날 것을 약속한다 내 세포에 꽃이 피는 날은 해가 되고 까치가 되고 바람이 되어서 네 척추를 간지럼치며 허리를 밟고 연가를 불러 본다 가슴 무너지는 비구름의 소낙비도 살 속에 삭여낼 수 있는 것은 묵묵한 곰, 너 때문이야 의연한 너는 어깨 위에 오늘도 햇살을 짊어지고 나를 무등 태우고... |
· : 휴일의 도시공원 |
· 저자(시인) : 박태강 |
· 시집명 : 마음의 빗장을 열고 |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8년4월 |
· 출판사명 : 문예춘추(씨알의 소리) |
깨끗한 개울 맑은 물 흐르고 아담한 호수에는 음악에 맞춰 분수가 춤을 춘다 호수주변 나무그늘 수많은 사람 저녁바람 맞으려 벤치마다 가득가득 더위 피해 온 사람 손잡고 나온 연인 사랑 노래 부르며 더위 식힌다 울창한 숲속 젊은 사랑 꽃피고 미류나무 매미노래 흥 돋구니 마중나온 구름 사랑 시샘 소낙비 솓아 사랑을 확인하네. |
· : 자유공원에서 |
· 저자(시인) : 정경해 |
· 시집명 : 선로 위 라이브 가수 |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7 |
· 출판사명 : 문학의 전당 |
자유공원*에서 정경해 자유공원 벤치에 따뜻한 햇볕이 내린다 노인 셋이 빈 자루로 주저앉아 겨울 같지 않은 겨울을 지낸다며 궁시렁거렸지만 멀리 월미도 앞바다에 떠 있는 배 몇 척은 발이 몹시도 시려 보인다 햇볕은 자유공원 겨드랑이까지 파고들어 입김을 불어대며 종종대는 참새의 발목을 붙들고 산책로 옆 포장마차에는 어묵 국물의 구수한 웃음이 피어오른다 뱃속은 때맞춰 알람을 울려대고 눈치 없는 군침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데 훌쭉한 볼을 붉히며 말이 없는 주머니 힐끗힐끗 포장마차 앞을 스치는 등 뒤로 노인 하나 일갈한다 "젊은 놈이 대낮에…" 가슴에 큰 파도가 일렁이며 한기가 스민다 욱신거리는 등 꽉 쥔 주먹 사이로 땀이 흘러내린다 언제부터인가, 자유공원을 오르는 것이 공원을 내려가며 빈 발자국을 채울 그날을 그려본다 이른 아침 도심을 달리는 힘찬 그날을 *인천광역시에 있는 공원으로 인천시가와 인천항만의 풍치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 응봉산 서부 전체가 자유공원이다. |
· : 고인돌 공원 |
· 저자(시인) : 문인수 |
· 시집명 : 쉬! |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6 |
· 출판사명 : 문학동네 |
고인돌 공원 문인수 저것들은 큰 웅변이다. 시꺼먼 바윗덩어리들이 그렇게 낮은 산자락 완만한 경사 위에 무겁게 눌러앉아 있다. 그러나 인부들은 느릿느릿 풀밭을 다듬다가 가장 널찍한 바위 그늘로 들어가 점심 먹고 쉰다. 쉬는 것이 아니라 나비 발 아래마다 노오란 민들레 낮볕 같은 꽃이 연신 피어나느라, 반짝이느라 바쁘다. 지금 아무것도 죽지 않고 죽음에 대해 허퍼 귀 기울이지도 않으니 머쓱한 어른들처럼 군데군데 입 꾹 다문 바위들, 오래 흘러왔겠다. 어느덧 신록 위에 잘 어울린다. |
· : 덕진공원에서 스님을 보다 - 이영춘 |
· 저자(시인) : 이영춘 |
· 시집명 : 꽃 속에는 신의 속눈썹이 보인다 |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2 |
· 출판사명 : 현대시 |
덕진공원에서 스님을 보다 이영춘 전주시 서남쪽에서 사람을 불러 세우고 있는 덕진공원으로 연꽃 보러 간다 연꽃 속에 숨어 있는 스님 얼굴 보러 간다 꽃잎과 꽃잎으로 이어진 출렁이는 긴 다리 그 다리 밟고 사람들 꽃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스님 얼굴은 보이지 않고 꽃망울 터지는 소리 여기서도 툭- 저기서도 툭- 툭-툭- 튀어나와 사람 사이에 눕는다 한나절 지나 저녁 노을 기우는데 문득 가슴 한 켠으로 획-스치는 소리 "스님은 네 가슴속에 살아 있다"는 가섬*의 굵은 목소리가 귀먹고 사는 내 귀청을 모질게 때리고 자나간다 연꽃은 간데 없고 천지가 온통 부처님 얼굴로 가득하다 **가섭: 부처님의 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