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이 되어
김 용 관
하얀 눈이 되어 바람을 타고 내려와
나무와 지붕 위에 앉아
모든 이에게 꿈을 안겨 주고 싶습니다.
바람에 쫓기지도 흔들리지도 않고
세상을 보듬고 있다가
몸이 지치면 물이 되어
나무줄기를 타고 내려가
땅 속 심장을 안고 다시
꿈을 키워 태어나렵니다.
마늘 밭에 키 작은 몸으로 누워
향내도 맡고 나를 닮은 하얀 뿌리에게도
시시콜콜한 지나간 이야기며
봄이 오면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도
밤 깊도록 누님 무릎에서 꿈을 꾸듯
어둠을 쓸어안고 이야기하렵니다.
하얀 눈이 되고 싶습니다.
나무와 지붕 위에 앉아 있다가
오늘 밤은 아무도 몰래
깨금발로라도 내려가고 싶습니다.
2011.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