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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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작품

어둠의 힘

연안 燕安 2019. 12. 11. 20:43
 
    어둠의 힘 누구도 다친 부엉이처럼 아무 때나 밤을 그리워하지 않아, 어쩌다 어두운 밤을 그려보면 무덥고 지겨운 낮도 가슴 깊이 품어지는 것 같아 시커먼 강바닥을 훑고 불어오는 몸서리치게 비릿한 밤의 냄새 돌풍처럼 몰아치면 텁텁하던 낮이 그렇게도 싱싱한 향기를 풍기는지 저녁 어스름은 헛된 갈등의 끝판 슬쩍 간만 봐도 삶은 한층 싱그럽고, 다가오는 어둠 앞에서 희미한 불빛도 옛 골목집처럼 그립더군 어떤 사람도 거부할 수 없는 환장하게 궁금한, 시커먼 밤의 터널이 있기에 피가 돌지 않는 한낮 몰아치는 비바람 속에서 견디며 버틸 수 있는 거야 -- 사이펀 15호(2019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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