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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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작품

길라잡이

연안 燕安 2019. 12. 11. 20:46
 
    길라잡이 저녁노을 속에서 나는 초라한 봇짐을 메고 끝없이 길을 걷는 싸구려 보따리장수 거친 땅에 굽이치는 강 가파른 바위산 넘고 불볕 부어내리는 황무지에서 휘늘어진 나는 고독감이 뼈에 저린 절름발이 가로막는 가시덤불에 발걸음은 꿈속처럼 휘청거리고, 낭만을 꿈꾸며 끝없이 뚫고 가는 갈증과 굶주림의 열풍 속 잿빛 머릿속을 호리는 울음소리 허허로운 들판 푸른 달빛 아래 눈을 반뜩이며 길장승처럼 웃고 있는 긴 꼬리 붉은여우, 감쪽같은 눈가림에 보따리를 잃고 절룩거리며 발길을 돌린다 붉은 황혼에 늘 꿈꾸던 피안을 찾아 다시 되돌아 비바람 몰아치는 불모의 황무지 안으로. -- 시와사람 94호(2019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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