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둘레길
푸른 향기 종처럼 울리는 숲속에서
사박거리는 발걸음으로
아득한 옛 시간 겹겹이 쌓인
오솔길의 호스럼을 즐겨봐
가슴이 메마른 하늘바라기가 되어버린 날
가마솥처럼 끓어올라 답답한 날
파랑새를 찾아
무거운 등산 배낭 하나 짊어지고
짙푸른 그늘 드리워진 길을
저벅저벅 걸어봐
축축하게 젖어 드는
울퉁불퉁한 돌길이면 더 좋으리
천아숲길과 동백길을 걸어보면
고달픈 삶이 왜 필요한지
조금은 알 것 같네.
-- 시와사람 94호(2019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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