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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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작품

담벼락 - 리토피아 77호

연안 燕安 2020. 3. 26. 23:25
 
    담벼락 좀비의 세상에서 쉬지 않고 쓰다듬네 창백하게 눈동자 위로 치켜든 삶을, 갈라진 시멘트 벽 틈새로 도둑맞은 사랑과 자유를 훔쳐볼 뿐, 담벼락 두른 영욕의 우리 안에서 별과 달을 잃고 눈뜬장님으로 사네 서지도 눕지도 앉을 수도 없고 고요마저 없는 곳 마른 천둥소리만 잇따라 울릴 뿐, 조용히 혼자 있을 수도 없네 벌어진 틈으로 들여다보며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들이 썩은 이빨 드러내고 비웃고 으르렁거릴 뿐. -- 리토피아77호(2020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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