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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작품

황혼의 구토

연안 燕安 2019. 12. 11. 20:42
 
    황혼의 구토 천변 은회색 물억새 서걱거리는 난벌 온몸으로 마른 나뭇가지 흔들어 묵은 나무가 날바닥에 흘린 흘림체 몇 줄 지나온 뒤안길 자국이 촘촘하다 저 어둠 속 화톳불의 장작더미처럼 타오르던 한때가 있었던가 물먹은 나뭇단 짊어진 나무꾼으로 비바람 몰아치는 둑길을 밟던 지난날 덜 으깨진 음식물이 톱밥처럼 목구멍을 지나갈 때 얼마나 깊은 두려움 속에서 떨었던가 더부룩한 뱃속에 미처 삭이지 못한 거친 푸성귀 조각들 만성 소화불량에 시달리며 어리석게 살아온 날들을 희미하게 세어보니 가물거리는 저녁노을 속에서 붉은 모란꽃처럼 쏠리는 무엇인가가 나를 뒤흔들어 온몸으로 뒤틀린 문장을 토한다. -- 사이펀 15호(2019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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