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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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작품

붉은귀거북

연안 燕安 2016. 4. 5. 21:03
 
    붉은귀거북 무더위 사막처럼 깔린 산비탈 언틀먼틀한 길바닥 간질간질한 눈빛에 둘러싸여 호들갑 떠는 풍경이 어지러운 듯 가만가만 휘둘러보는 거무튀튀한 등딱지, 긴 목, 좁쌀 같은 눈망울 은빛 출렁거리는 강에서 밑바닥을 기든, 물속을 헤엄쳐 다니든 흰 거품 몰아치는 수면 위에서 파도타기를 하든 놀던 바윗돌에 머무를 것이지 왜 이 조붓한 산길에서 엉기적거리고 있는지 미끄러지듯 제멋대로 바뀌는 길 따라 후미진 두메를 걷고 있는 나처럼 푸른 물결이 차갑게 넘실거리는 바다보다 무욕의 땀 뻘뻘 흘리는 잡목 흐드러진 수풀땅이 더 좋다고, 황혼에 붉게 타오르는 자작나무 숲까지 어석더석한 바윗돌을 메고 엉금엉금 기어가는 거야 이젠 빙빙 도는 회전목마 위에서 내린 꺼벙한 어릿광대처럼 입가심 산뜻하게, 향수를 뿌릴 것 서나 앉으나 시간은 거침없이 흐를 테니까 백오십억 년 우주의 팽창처럼. -- 계간 시에 41호(2016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