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소멸 - 2014 시와 소금 봄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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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 - 2014 시와 소금 봄호

연안 燕安 2014. 3. 5. 19:07
 
    소멸 燕安 김재기 창밖에 초록이 한창인데 하얀 벽 숨소리 가라앉은 방안 환자복을 수의처럼 걸친 77세 김 할아버지 해쓱한 얼굴에 퀭한 눈이 유리알처럼 반짝인다 가슴에 모르핀 패드를 붙이고 십칠 일간 굶주린 몸에 링거줄을 매달고 문병객을 맞는다 핏기 없는 입술에서 종소리처럼 또렷하게 튀어나오는 목소리 살아온 삶을 더듬고 있다 사그라지는 장작불이 마지막 내뿜는 뜨거운 불꽃처럼 밤새워 소리 없이 타오르던 촛불 한 자루 병실 밖으로 어기적어기적 걸어 나와 무겁게 떠나가는 손에게 언젠가 다시 만나자고 엉거주춤 파리한 미소를 머금고 손을 흔든다 유월이 저물어간다. --시와 소금 2014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