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정상에 오르다 - 월간 우리시 4월호<298호> 본문

기타(필자교환)

정상에 오르다 - 월간 우리시 4월호<298호>

연안 燕安 2013. 2. 24. 14:50
 
    정상에 오르다 새벽부터 산을 오르는 사내 산봉우리를 향해 전진했다 무거운 배낭에 휘청거리는 걸음 가쁜 숨을 토하며 쉬지 않고 걸었다 칡넝쿨이 발목을 잡고 가시덩굴에 뒤엉켜 기어오르는 비탈 억새와 잡풀이 물결치는 등성이를 지나 정상을 향해 올랐다 구름의 옷깃만 펄럭일 뿐 바람만 가득한 허공 민둥민둥한 산봉우리에서 손에 잡히는 안개 한 줌이 무거웠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산 너머 산 앞에서 몸의 중심을 놓쳐 버린 사내 내려갈 길 잃고 낭자한 노을 속에 묻혔다 먼지가 부옇게 쌓인 낡은 책상 꽃병에 꽃이 시들어가고 있다. --월간 우리시 4월호<29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