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늘고 길게
설날을 앞두고 강추위 속에
국외로 떠난 P씨
바람까지도 얼어붙는 지린성 장춘
여객기에서 내리자마자 보낸 문자 메시지
“창밖에 보이는 저 고양이가 내가 보는 마지막 모습 같다”
낯선 땅
시간은 4박자의 아다지오로 흘렀다
이틀 후 다른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여기는 병원 사체실, 발인은 모레”
무쇠처럼 살았던 P씨의 친구
서른도 넘기 전 회사를 그만둔 후
대박을 꿈꾸며 몸부림쳤다
몇 번의 창업이 물거품이 되자
좌절과 슬픔에 무릎을 꿇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눈송이 흰나비 떼처럼 흩날리는 허공을 밟고
먼 곳으로 사라진 P씨
독사의 혀처럼 날름거리던 욕망의 불꽃이
그를 삼켜버렸다
죽음이 난해한 삶의 최종 해답일까
영정 앞에서 잔뜩 목이 쉰 한마디
이놈아, 나 보다 먼저 가면 어떻게 해,
가늘고 길게 살지, 길게 살지.
--계간 애지 57, 2014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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