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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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계간)

가늘고 길게

연안 燕安 2014. 1. 7. 19:00
 
    가늘고 길게 설날을 앞두고 강추위 속에 국외로 떠난 P씨 바람까지도 얼어붙는 지린성 장춘 여객기에서 내리자마자 보낸 문자 메시지 “창밖에 보이는 저 고양이가 내가 보는 마지막 모습 같다” 낯선 땅 시간은 4박자의 아다지오로 흘렀다 이틀 후 다른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여기는 병원 사체실, 발인은 모레” 무쇠처럼 살았던 P씨의 친구 서른도 넘기 전 회사를 그만둔 후 대박을 꿈꾸며 몸부림쳤다 몇 번의 창업이 물거품이 되자 좌절과 슬픔에 무릎을 꿇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눈송이 흰나비 떼처럼 흩날리는 허공을 밟고 먼 곳으로 사라진 P씨 독사의 혀처럼 날름거리던 욕망의 불꽃이 그를 삼켜버렸다 죽음이 난해한 삶의 최종 해답일까 영정 앞에서 잔뜩 목이 쉰 한마디 이놈아, 나 보다 먼저 가면 어떻게 해, 가늘고 길게 살지, 길게 살지. --계간 애지 57, 2014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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