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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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미의 「개죽음」감상 / 김민정
개죽음
김상미(1957~ )
개죽음은 개의 죽음이 아니다
개죽음은 개같이 죽는 것이다
어느날 모든 일이 척척 잘 풀려
혼자서 느긋이 술집에 앉아
모처럼 흐뭇한 휴식 취하고 있을 때
느닷없이 뒷머리에 타타탕!
이유없이 어처구니없이 죽어 넘어지는 것
그게 개죽음이다
아무도 당하고 싶어하지 않는
이 시대의 불운
개죽음은 도처에서 장소 불문하고
우리들에게 끼여든다
그것 피할 안전지대는 더이상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모두 제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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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아줌마네로 심부름을 갔습니다. 벨을 눌렀습니다. 조용했습니다. 아줌마, 하고 불렀습니다. 조용했습니다. 찐 옥수수를 도로 들고 와 내가 다 먹었습니다. 그날 밤 알았습니다. 아줌마는 자는 척이 아니라 자다 돌아가신 것을요. 그래도 비교적 아름다운 죽음이었습니다. 관보다 킹사이즈 침대가 생의 마지막 순간을 장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널찍했으니까요.
며칠 안 가 앞집 남자가 맨홀 속에 빠져 죽었습니다. 자정 넘어 슈크림빵 하나를 사먹으러 나갔다가 빵이라는 함정 속에 영영 갇혔다 했습니다. 사람들은 개죽음이라며 하나같이 쯧쯧 혀를 찼습니다. 잠자다 무슨 빵이냐며 죽은 자의 식탐을 탓했습니다. 개 말고 게처럼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일까요. 함정 속의 함정이 무서운 건 함정이란 걸 알았을 때 이미 그 함정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저 자신과 마주하기 때문이라지요. 오늘도 뚜껑 열린 맨홀은 지천으로 깔렸을 겁니다. 어쨌거나 개들은 패 죽이지 말자고요. 복날 개처럼 두들겨 맞는 게 개가 아니라 당신이어도 몰라, 난 몰라요.
김민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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