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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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의 양식
김명수
나무가 먹고 있는 밥을 보았다
몹시 조악한 악식(惡食)이었다
스산한 늦은 저녁이었다
메마른 바람이 불고 있었다
길 잃은 철새가
성긴 가지에 앉아 있었다
나무의 밥과 인간의 밥은
본래 하나
나무와 인간은
같은 밥을 먹었지만
내 밥은 그에 비해 푸짐했었다
나무의 밥상에는 나무들뿐이었고
인간의 밥상에는 인간들뿐이었다
―김명수 시집 『곡옥』(문학과지성사, 2013) 중에서
* 김명수
1945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1977년 『서울신문』신춘문예에 시 「월식」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 『월식』 『하급반 교과서』 『피뢰침과 심장』 『침엽수 지대』 『바다의 눈』 『아기는 성이 없고』 『가오리의 심해』 『수자리의 노래』가 있다. 오늘의 작가상, 신동엽창작상, 만해문학상, 해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출처 : 시에/시에문학회
글쓴이 : 양문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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