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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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오빠 /김언희

연안 燕安 2013. 7. 27. 14:32

보고 싶은 오빠 

 

 

                                                                   김언희

 

 

 

 

   1

   난 개하고 살아오빠오빠 터럭 한올 없는 개저 번들번들한 개하,

 년도 넘었어난 저  개가 신기해, 오빠지칠 줄 모르고 가 되는 저 

오빠지칠 줄 모르고 내가 되는 나도

 

 

   2

   기억나 오빠술만 마시면  라이터 불로 내  거웃을 태워먹었던 거

정말로 개새끼였어오빤그래도 우린 짬만 나면 엉기곤 했지줄 풀

투견처럼급소로 급소를 물고 늘어지곤 했었지사랑은 지옥에서 온 

라니뭐니헛소리를 해대면서

 

 

   3

   꿈에오빠 누가 머리없는 아이를  안겨주었어끊어질 듯이 울어대

아이를머리도 없이 우는 아이를 내 품에오빠죽는 꿈일까…… 우린 

해골이 될 틈도 없겠지오빠냄새를 풍겨댈 틈도썩어볼 틈도 없겠지

한번은 웃어보고 싶었는데이빨을 몽땅 드러낸 저 웃음 말야

 

 

   4

   여긴 조용해오빠찍 소리 없이 아침이 오고, 찍 소리 없이 저녁이

오고층층이 찍 소리 없이 섹스들을 해찍 소리 없이 꿔야 할 꿈들

배꼽 앞에 두 손을 공손히 모은 채오빠우린 공손한 쥐새끼가 

껍질이 벗겨진 쥐새끼들허여멀건그래도

 

 

   5

   그래도오빠  맘은내 마음은 아직 붉어변기를  두른  선홍색 

트처럼그리고 오빠난 시인이 됐어혀 달린 비데랄까모두들 오

을 싸게 만들어하느님도 오줌을 싸실걸언제 한번 들러오빠

로 넣어줄게

  

  

 

                                   - 계간 『창작과 비평』 2012년 겨울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