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스크랩] 지척 / 마경덕 본문
지척
마경덕
지금 흰 꽃과 붉은 꽃의 경계는 지척이다
마주보며 달리는 화한 두 개, 도착지가 다른
두 개의 출발
삶과 죽음이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가는 중이다
축하의 메시지를 잔뜩 꽂은 결혼식화환
설렘으로 화사하게 물들었다 출발을 알리는
첫발자국, 사거리에서 잠시 멈춘 웃음이 축포처럼 팡팡 터진다
누군가의 조문을 받으려고 소복으로 갈아입은 국화꽃화환
울음이 고인 흰빛에서 단호한 뒷모습을 보았다
붉은 빛은 언제까지 가능한가
화려한 무늬도 결국 흰빛으로 탈색되었다
처음과 끝,
왼손과 오른 손의 관계처럼 어깨가 닿을 듯한 거리
멀고 아득해 손이 닿지 않는다. 하지만
지척이란 코앞이다
찰나에 죽음 쪽으로 돌아눕는 삶도 보았다
저 위험한 동승, 알고 보면
두 개의 얼굴로 우리는 날마다 삶에 편승하는 것
긴 여정의 종착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차도 유턴도 마음대로 할 수 없어
그저 앞서가는 시간을 따라 무작정 달리는 것이다
《시인정신》 2013 봄호
출처 : 애지문학회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메모 :
'현대시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고 싶은 오빠 /김언희 (0) | 2013.07.27 |
---|---|
난해시 사랑/복효근 (0) | 2013.07.25 |
[스크랩] 김요일의 「꽃싸움」감상 / 황인숙 (0) | 2013.06.18 |
6월의 시 (0) | 2013.06.17 |
[스크랩] 집들의 감정/ 마경덕 (0) | 2013.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