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그늘
천태산 영국사 앞
찬바람에 노란 장삼 자락 너붓거리며
부처처럼 서 있는 고목 한 그루
어린애, 젊은이, 늙은이 다 모아 놓고
천년 고행에 얻은 깨달음을 설파하고 있다
바람의 손길에 물결치는 황금빛 너울은
그가 살아온 이력
산사의 문 두드렸던 수많은 비구승
미혹의 세계 넘지 못하고
높푸른 하늘에 한 줌의 연기로 흩어졌다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굴레를
저 노승은 알고 있을까
구만리 뻗어 가는 천년 그늘
알 수 없는 그 깊이를
두 팔을 벌려 어림한다.
--2013 천태산 은행나무 시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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