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시대
울주군 신불산 산발치
노블레스, 에로스, 카페, 나인테마, 리츠, 코모도, K2,
라센느, 더죤, 몽마르뜨, 뉴발렌타인, 블루, 샌디아, 쇼,
월드굿타임, 스위스, 엔젤…
화려한 모텔들이
외국산 과일처럼 즐비하다
텃세도 부리지 못한 토박이
신불산온천, 언양등억, 은하수, 장, 육십구, 힘, 몸부림, 휴
떠돌이에 밀려 사이사이 끼어 있다
브이온천, 올레, 뉴69, 영남알프스스카이,
산지가 불분명한 튀기들도 듬성듬성
언제부터인가 이웃나라가 밀려오고
옷도 집도 가게도 회사도 자동차도 애완견까지
모두 이름을 바꾸었다
골수 깊이 흐르던 사대주의
갓을 내려놓고 캡을 쓰더니
차가운 북태평양의 하늘로
원정출산을 떠난다
희끄무레한 달빛이
아카시아 향기에 축축이 젖는 밤
이 어둠 속에서 아득한 나를 어떤 이름이 불러줄 것인지.
--2013 시에 가을호(통권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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