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개간)

육교의 봄

연안 燕安 2013. 7. 1. 23:25
 
    육교의 봄 차량의 물결, 인파로 가득한 센트럴시티 터미널과 강남성모병원 사이 육교 위, 품을 파고드는 꽃샘바람 속에서 한 사내가 아르마다-쿠르마사나를 행하고 있다 거북이처럼 엎드린 사내 오른손에 천 원짜리 몇 장을 생존 티켓처럼 꽉 움켜쥔 환한 봄날 뜻밖에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명복을 빌고 돌아가는 길 그의 손바닥에 떨어트린 천 원짜리 한 장 사내의 몸자세가 바뀐다 고개를 깊숙이 숙이고 땅바닥에 엎드려 비달라사나를 행한다 하늘을 향해 뛰어오를 듯 어깻죽지가 불쑥 부풀어 오른다 그는 망자에게서 드리없는 십일조를 받아 목숨을 이어 살아간다 사람이 죽을 때마다 그의 밥그릇은 늘어난다 자연에서는 도태될 목숨 인간을 붙잡고 간신히 연명하고 있다 삶은 본질을 상실했다 알 수 없는 생존의 의미 그냥 바람처럼 스쳐 갈 것이다. --2013 시에 가을호(통권 3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