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에 꽃 피다
울긋불긋한 셔츠에 착 달라붙은 스키니 팬츠
노란 줄무늬 헬멧과 검푸른 고글로
세월을 숨긴 사내
눈부신 은빛 페달을 밟는다
스쳐 가는 강변
알록달록 꽃 무더기
젊은 한때의 꿈처럼 화려하다
나이를 거슬러 힘차게 구르는 발
우당탕 꽝!
귓전을 스치는 비명
사내의 팔다리에 붉은 꽃이 피었다
지나던 여인이
갑자기 손바닥을 치며 깔깔거린다
“아, 영감 멋져 부러, 고목에 꽃 피었어!”
갈대가 서걱거리는 길목에
쓰러진 자전거의 뒷바퀴
더위를 강바람에 식히며 빙글빙글 돌고 있다.
--시에티카 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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