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한국의 시인들 (43)
벌레의 숨결
김명인의 ‘너와집 한 채’ 몇만리를 흘러온 것 같은… 인생의 가을에 서서붉은 낙엽만 하염없이 바라본다 시인이 태어난 마을에 해가 진다. 서울에서 오전부터 내내 달려온 길, 예전 같으면 1박2일 걸려 여행하듯 내려와야 했다는 울진 후포항에 해가 지고 있다. 동해 너머 일본 쪽으로 ..
김영남 '푸른 밤의 여로' 만조의 밤안개, 코스모스와 함께 푸른 밤 마량 옥색바다로의 여로 그곳서 잊혀졌던 고향의 끈을 잡다 199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심사현장. 문학평론가 유종호씨가 신경림 시인을 앞에 두고 김영남의 깔끔한 시 ‘정동진역’을 상찬했다. “해안선을 잡아넣고 끓..
조용미 ‘자미원 간다’ 해발 688미터 은하철도 시발역 ‘자미원’서 무한 여행을 시작하다 ‘자미원’(紫味院)은 강원 정선군 남면에 있는 태백선의 간이역 이름이다. ‘자미원’(紫微垣)은 큰곰자리를 중심으로 170개의 별로 이루어진 별자리 이름이다. 한자와 의미는 다르지만 이름은 ..
하재일 우도봉 올라서야 만난 해연풍 적막한 가슴을 적시고… 저멀리엔 한라산… 발밑엔 초록의 광장진홍같은 다홍 이파리의 양귀비 꽃밭 관능과 슬픔을 태워 올리는 빛과 같아 ◇성산 일출봉에서 내려다 본 우도. 푸르고 넓은 아득한 바다에 소 한 마리가 엎드려 턱을 괴고 먼 바다를 ..
김선우의 ‘대관령 옛 길’ 아무도 오르려 하지 않는 청춘의 마지막 길 “너도 갈거니?” ◇청춘기의 아픔이 깃든 대관령 마루에 올라 상념에 잠긴 김선우 시인. 대학시절 ’혁명’을 꿈꾸다가 졸업 후 좌절의 늪에 빠졌을 때 그는 이곳에 와서 지나온 삶을 뒤돌아보고 시 쓰기에 남은 생..
최영철 ‘수영성 와목’ 스쳐간 여인 향해 몸 기울인 나무의 순정 가슴이 시려 여름의 끝물, 남쪽 항구도시에 내리는 빛이 강렬하다. 시인이 저만치 앞장서서 매축지(埋築地) 골목길을 순례하는 중이다. 뒷머리 만지작거리며 이 골목 저 골목 기웃거린다. 시인의 기억 속에 오래 길을 낸 ..
문인수 ‘채와 북사이, 동백진다’ 山은 북을 잡고, 江은 소리를… 천둥소리는 휘모리가 되고 시인의 고향마을에 흐르는 백천(白川) 둑을 따라 걸으면 멀리 북쪽에 삼각형으로 뾰족이 솟은 산이 선명하게 시야에 잡힌다. 방울소리가 들리는 산이라 하여 ‘방올음산’(方兀音山)이요, 멀..
최승호의 '반딧불 보호구역' 시인을 평생 억누르는 외로움… 죽음… 생명이 숨쉬는 명지산은 '치유의 공간' ◇최승호 시인은 명지산 도라지밭에서 “이곳에 오면 조금 비애스러울 뿐 고통스럽지는 않다”고 말했다. 시인에게는 재활 공간이었던 명지산이 고통스러운 기억이 많은 춘천보..
박형준의 '빛의 소묘' 아늑한 들녘에 내리는 맑은 비는 우수를 빚어내고 들녘은 아늑하다. 도회지에서 쫓겨 살 때는 까맣게 잊었다가도 정작 그곳에 내려가면 누군가 오래 기다리다 깊이 안아주는 것 같다. 그 들녘을 굽어보는 정토산의 치맛자락 말기, 전북 정읍시 정우면 산북리에 박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