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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숨결
뒷걸음질 사르륵 줄어드는 둥근 창문의 조리개 구멍 닫히는 공간의 어스름 속에서 한 가닥 빛마저 사라지고 나는 문밖으로 유령처럼 튕겨 나간다 무젖은 어둠 속에서 긴 세월 비바람에 비틀어진 산속 오두막처럼 낡은 집 검게 멍울진 손길 누룩뱀처럼 다가오고 몸무게를 상실한 나는 가랑잎처럼 훌쩍 밀려난다 머물던 집은 아직 떠날 만큼 낡지 않아 짜릿짜릿한 전율은 악어 입처럼 까마득한 어둠의 문 앞에서 움씰 뒷걸음치며 가슴속에서만 어렴풋하게 그려 보던 에이는 아픔을 겪어 보는 거야 다가올 때처럼 잠자코 떠나 버린 안갯속 고요가 내려앉는 콘크리트 바닥 형광등 불빛에 보석처럼 빤작이는 깨진 안경알의 파편 조각들 이보다 더 눈부신 빛은 본 적이 없어 한순간 반짝임에 낯선 땅을 밟는 듯한 석양은 참 싱그러운 것 같아. --시..

2015년 문예연감- 문학- 편람(시) 9788 김재기 무지개를 기다리며 문학광장 2014년 1/2월호(통권 44호) 격월간 9789 김재기 트렁크에 짐을 싣다 문학광장 2014년 1/2월호(통권 44호) 격월간 9933 김재기 오월의 눈빛 문학광장 2014년 5/6월호(통권 46호) 격월간 9934 김재기 봄빛에 늘어지다 문학광장 2014년 5/6월호(통권 46호) 격월간 11908 김재기 소멸 시와 소금 봄 (9호) 계간 11909 김재기 삼천 평 정원 시와 소금 봄 (9호) 계간 18803 김재기 착각의 강 서정문학 제35호 격월간 18804 김재기 늦깎이의 순례 서정문학 제35호 격월간 18805 김재기 낮달 서정문학 제35호 격월간 19043 김재기 무지개 서정문학 제37호 격월간 19044 김..
개지네의 눈빛 달 뜬 산자락 빛바랜 산장 샤워 꼭지를 틀자마자 욕조 수챗구멍에서 허겁지겁 벨리 댄스를 추며 기어 나온 너는 참 운이 좋은 거야 임자를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쯤 저세상에서 멋진 환생을 꿈꾸고 있겠지 물바가지 타고 도톰한 손목 따라 어둠에 젖은 화단 모래밭 위 백억 년의 고독이 들어찬 백억 광년의 공간 속에서 독을 품은 수십 쌍의 다리를 풀어 놓고 가슴 누르며 한숨 몰아쉬는 너의 망설임은 너무나 감동적이야 저승 문턱에 휘청거리는 두 다리 걸치고 빠득빠득 버티고 있던 나처럼 그래, 우리는 반만년 전 따뜻한 별빛을 나누고 있는 거야 파랗게 빛나는 판유리 같은 너의 눈에 지금까지 보지 못한 세상이 보여 늘 내 눈에 보이던 얼락배락 요지경 같은, 굴속의 뱀 같은 삶이 아닌 오월 훈풍이 누비는 세상 눈..
붉은귀거북 무더위 사막처럼 깔린 산비탈 언틀먼틀한 길바닥 간질간질한 눈빛에 둘러싸여 호들갑 떠는 풍경이 어지러운 듯 가만가만 휘둘러보는 거무튀튀한 등딱지, 긴 목, 좁쌀 같은 눈망울 은빛 출렁거리는 강에서 밑바닥을 기든, 물속을 헤엄쳐 다니든 흰 거품 몰아치는 수면 위에서 파도타기를 하든 놀던 바윗돌에 머무를 것이지 왜 이 조붓한 산길에서 엉기적거리고 있는지 미끄러지듯 제멋대로 바뀌는 길 따라 후미진 두메를 걷고 있는 나처럼 푸른 물결이 차갑게 넘실거리는 바다보다 무욕의 땀 뻘뻘 흘리는 잡목 흐드러진 수풀땅이 더 좋다고, 황혼에 붉게 타오르는 자작나무 숲까지 어석더석한 바윗돌을 메고 엉금엉금 기어가는 거야 이젠 빙빙 도는 회전목마 위에서 내린 꺼벙한 어릿광대처럼 입가심 산뜻하게, 향수를 뿌릴 것 서나 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