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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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여산방을 떠나며
글/ 공광규
산방 아궁이에 장작불 때며 자고 일어난 늦가을 아침
비바람에 떨어진 나뭇잎이 마당가에 쌓여 있다
정원에 솟은 검은 바위와 마른 풀은 빗물에 젖었는데
돌담 아래 구절초 몇 대가 늙어가는 친구의 머리처럼 희끗하다
꽃대가 쓰러진 꽃무릇 잎은 푸르게 겨울을 지내겠지
잎을 털어낸 매화나무 가지는 내년 봄에도 일찍 꽃이 피겠구나
나무로 엮은 대문을 밀다가 뒤돌아보니
어제 낮 환하게 반기던 화단의 노란 국화 다발은 얼굴을 수그리고
영국사 가는 휘어진 길을 산안개가 가리고 있다.
제 61호 다층문학동인지 『불타는 혀』 2012년 하반기호(2012년 12월 1일자) 초대시인 신작시 중에서
* 공광규
1986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 『말똥 한덩이』, 『소주병』
저서 『이야기 있는 시 창작 수업』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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