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스크랩] 물때를 읽다/신덕룡 본문
물때를 읽다
신덕룡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이제는 노을이 낸 길을 따라 돌아가야 한다.
양손에 하루치의 품삯을 들고
발목을 잡아끄는 뻘과
뻘을 떨쳐버리려는 굽은 등의 싸움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노란 비옷과 물신과 고무줄로
단단히 여미고 조였던 무장이 천천히 해제되는
저 무거운 반복
허리를 뒤틀며 가라앉는 갯벌 위에 쓰는
자꾸만 되감기는
느리고 고된 문장을, 읽을 수 없다.
―신덕룡 시집 『아름다운 도둑』(서정시학, 2013) 중에서
* 신덕룡
경기도 양평 출생. 경희대 국문과 졸업. 1985년 『현대문학』(평론), 2002년 『시와시학』(시)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소리의 감옥』, 『아주 잠깐』. 저서로는 『환경위기와 생태학적 상상력』, 『생명시학의 전제』 등이 잇다.
김달진문학상, 발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광주대 문창과 교수.
출처 : 시에/시에문학회
글쓴이 : 양문규 원글보기
메모 :
'현대시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춘문예 그 허(虛)와 실(實) (0) | 2013.02.27 |
---|---|
[스크랩] 물북/김선태 (0) | 2013.02.20 |
악어를 위하여 (0) | 2013.02.17 |
지하철에서 만난 여자 (0) | 2013.02.17 |
[스크랩] 내일이 어버이 날이람서요?/김용길 (0) | 2013.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