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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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북
김선태
저수지 속에는
아무래도 저수지 속에는
손가락으로 가만 건드리기만 해도
바람의 입술이 살짝 닿기만 해도
화들짝 놀라 입을 점점 크게 벌리는
그런 예민한 여자가 살고 있을 것이다.
그 여자가 커다란 물북을 끼고 앉아
한없이 슬픈 노래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세게 두드려도 소리가 나지 않은
느리고 둥근 선율을 피워 올릴 것이다.
저수지의 심금心琴을 온통 울리는
저 정중동의 물북!
네가 처음 내게로 건너왔을 때
둥둥,
내 마음의 심연이 저러했을 것이다
아아,
혼자서 혼자서만 갇혀 울던 다락방
벙어리 냉가슴이 또 저러했을 것이다.
저 절창으로 하여 오늘
고요한 갈대숲 전체가 아스스 흔들리고
수면에 비친 햇빛이며 달빛까지도
잘게 흐느끼며 전율하는 것이다.
—『현대시학』(2012, 12)
* 김선태
1960년 전남 강진 출생. 1993년「광주일보」신춘문예와 월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간이역』, 『동백숲에 길을 묻다』(2003),『살구꽃이 돌아왔다』 등.
출처 : 시에/시에문학회
글쓴이 : 양문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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