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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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모음

[스크랩] 울둘목/문숙

연안 燕安 2013. 2. 12. 20:53

둘이 합쳐지는 곳엔 언제나 거친 물살과 울음이 있다
서해와 남해가 만나 수위를 맞추느라 위층이 시끄럽다
늦은 밤 쿵쿵 발자국 소리와 새댁의 흐느낌이 들려온다
한쪽이 한쪽을 보듬는 일이 아프다고 난리다

마음 섞는 일이 전쟁이다
우루루 우루루
가슴 밑바닥으로 바위 구르는 소리를 토해낸다
돌덩이들이 암초로 박혀드는 시간이다

수면을 편편하게 하는 일 부드러운 물길만은 아니어서
부딪혀 조각난 것들 가라앉히는 시간만큼 탁하고 시끄럽다
저 지루한 싸움은
서로에게 깊이 빠져 익사하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문숙 시집『기울어짐에 대하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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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변화

 

산도르마라이의 장편소설 <결혼의 변화>를 읽은 적이 있다.

사랑에 실패한 세 명의 주인공이 결혼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각자의  눈으로 바라보며 어떻게 조화하고 갈등하는지 또 내면의 세계는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전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여 서로 다른 소설처럼 꾸며져 있지만 사실은 동일한 사안을 서로 다른 입장, 즉 남자의 시각 여자의 시각 그리고 내연녀인 하녀의 입장에서 조명한 것이다. 마치 지구별의 이야기를 금성과 화성에서 따로 따로 이야기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랑과 결혼 그리고 삶의 본질을  논함에 있어 정답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이 인간에게 불합리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사랑이란 본래 이성보다는 감성에 편중되어 있고 결혼 역시 논리적인 사고보다는 감정에 치우쳐서 이루어진 계약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의 완성이 결혼이라는 데는 모두 다 흔쾌히 동의 하지만 결혼이야말로 사랑의 무덤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냈던 문화 심리학자인 김정운교수도 결혼이라는 사회 제도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 심리를 말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가끔 내 아내와 결혼한 것을 후회한다. 아주 가끔...

그러나 그때, 그, 묘하게 슬프고 에로틱한 여인과 결혼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

결국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인 결혼을 지금의 아내와 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것이다. 결혼에 대한 언급은 창세기에서부터 존재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 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그들을 창조하셨다. 하느님이 남자와 여자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한 것만 보아도 분명 결혼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자와 여자의 모습으로 태어난 이상 인간은 결국 결혼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노처녀 탤런트인 안문숙의 어머니가 텔레비전 토크쇼에 출연하여  "갔다가 돌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한번 가 봤으면 원이라도 없겠다"라고 말한 걸 본 적이 있다. 그녀는 왜 오십이 다 된 딸에게 결혼의 굴레를 씌우려 하는 것일까? 만일 결혼이 종족 보존과 성생활을 위한 것뿐이라면 굳이 결혼하지 않고 자유연애를 바랄수도 있을 텐데. 하지만 자기감정에만 치우쳐 사회적 도덕에 위배된다면 사회는 급작스런 혼란에 빠져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다소 불합리한 면이 있더라도 결혼이라는 인습의 굴레를 쳐 놓고 스스로 거기에 갇혀 지내려는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이런 인습의 굴레를 벗어단지고 성모럴의 해체를 주장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성의학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글 중에 쿨리지 효과라는 게 있다. 미국의 제 30대 대통령 캘빈쿨리지의 일화에서 인용한 것으로 결혼과 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한다.

 

어느 날 40대의 젊은 쿨리지 대통령이 영부인을 대동하고 한 주지사의 농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는 수탉을 살펴보던 부인이 농부에게 물었다. 

"수탉은 하루에 몇 번이나 암탉과 관계를 하나요?" 농부가 대답했다.

하루에 열 번 이상입니다."

영부인은 이 말을 남편인 대통령께 꼭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말을 전해들은 대통령이 농부에게 되물었다.

" 그 수탉이 한 마리 암탉과만 관계를 합니까?" 농부는 대답했다.

"아니오, 할 때마다 상대를 바꾸어서 합니다."

 

아무리 멋진 상대라도 시간이 지나면 권태가 생기고 싫증을 느낄 수 있다. 제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3일만 계속해서 주면 금방 싫증을 느끼는 원리와 비슷한 것이다. 이런 경우를 '심리적 피로' 라 하여 권태기의 대표적인 심리현상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권태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부부사이의 거리 조정이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여 통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자연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딱 달라붙어 공기가 통하지 못하면 나무는 썩게 마련이다. 적당한 햇볕과  신선한 공기를 맡을 수 있어야 활발한 광합성을 하여 뿌리를 튼실하게 하고 이파리를 무성하게 한다. 아무리 좋은 거름도 한 번에 많이 주면 금세 뿌리는 썩게 마련이다. 겉으로 보기에 울창한 숲일수록 가까이 가서 보면 나무마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감정의 통기가 원활할수록 나무의 줄기는 곧고 잎은 싱싱하다.

그리고 그 열매 또한 풍성하다. 

출처 : 애지문학회
글쓴이 : 김연종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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