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백

폭염 속에서 태풍과 함께 송별연 - 2018. 8. 22

연안 燕安 2018. 8. 24. 03:35

지난 3년간 주당 하루, 자문활동을 했던 엠쏘텍, 갑자기 3명이 떠나게 되어 내가 마련한 송별연, 

모두 곧고 바른 사람들, 자주 볼 수 없어 아쉽다.

그러나 그날 나도 포함되어 버린 멋진 자리가 되었다. 보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벤쳐오피스

 

옴나위없이 붐비는 길거리

썰물 진 갯벌처럼 훤해지면

자줏빛 윗도리, 자줏빛 타이를 펄럭거리며

카카오 택시를 불러 타고

만화 속 세상으로 들어간다

우중충한 엘리베이터, 어둠침침한 낭하

낡은 흑판처럼 흐릿한 머릿속이

아득한 꼬리를 물고 맴돌이하는

지난날 환상에 휘덮여

그려 놓은 노을빛 꿈,

휘청거리는 오만의 발걸음을 내딛는다

밋밋한 손가락은 출입문을 여는 열쇠

발광다이오드 불빛 환하게 부서지는 사각의 칸막이

수도승처럼 눈 내리뜨고 문자판 위에서

쟁기질하는 일소들이 누룩처럼 뜰 무렵

어스름 젖은 얼굴로

빚쟁이처럼 나타나는 농장 관리인

야릇한 미소를 달갑게 받으며

꾼의 손으로 스위치를 내리고

노을 진 하루를 배웅한다

멍에 진 내 삶의 한 쪽이

붉은 지평선 너머로

도둑고양이처럼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