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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모음

개망초꽃

연안 燕安 2011. 7. 24. 23:00

 

                  개망초꽃

 

                                             -안도현-

 

 

눈치코치 없이 아무데서나 피는 게 아니라

개망초꽃은

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핀다

이곳 저곳 널린 밥풀 같은 꽃이라고 하지만

개망초꽃을 개망초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

개망초꽃은 핀다

더러는 바람에 누우리라

햇빛 받아 줄기가 시들기도 하리라

그 모습을 늦여름 한때

눈물 지으며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이 세상 한쪽이 얼마나 쓸쓸하겠는가

훗날 그 보잘것 없이 자잘하고 하얀 것이

어느 들길에 무더기 무더기로 돋아난다 한들

누가 그것을 개망초꽃이라 부르겠는가.

 

 

 

 

   사진제공<ROSE>

 

개망초꽃이 만발하는 칠월!

귀엽고 앙증맞은 꽃이 얼마나 신비하고 예쁜지..

헛되고 헛되다하여 보잘것 없다하여 붙인 이름.

이름을 뛰어넘어 이쁜웃음을 안겨준다.

개망초꽃이 만발한 풍경속에서 행복이 톡톡 터지시길.... 

 

 

개망초꽃이 있는 풍경 / 김위숙

 

낡은 외투에 붙은 단추들 바라본다 내 생애(生涯)에 들러리 선 슬픈 언어들이다 턱밑까지 고여 한 마디 내 뱉고 싶은 혀짤배기다 나는 앞만 보고 걸었다 새가 울고 꽃이 피고 기차가 지나갔다 머리 풀어헤친 풀들 미친년처럼 발을 휘감는다 나는 단 한 번도 이고 진 짐들 흙길에 부려놓지 않았다 턱, 턱, 턱, 말들은 목젖에 갇혀 늘 뜨거웠다 눈앞 개망초꽃은 수면에 둥둥 떠 있었다 머리맡엔 반쯤 베어 먹힌 낮달이 구름에 묶여 있었다 고개 숙이고 낡은 외투에 붙은 단추들 바라본다 무거운 짐들 젖은 별처럼 투둑 떨어진다 흙길 발목께 풀어헤친 풀숲 개망초꽃 이파리 온몸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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