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막차/도종환 본문
막차
오늘도 막차처럼 돌아온다
희미한 불빛으로 발등을 밝히며 돌아온다
내 안에도 기울어진 등받이에 몸 기댄 채
지친 속도에 몸 맡긴 이와
달아올랐던 얼굴 차창에 식히며
가만히 호흡을 가다듬는 이 하나
내 안에도 눈꺼풀은 한없이 허물어지는데
가끔씩 눈 들어 어두운 창밖을 응시하는
승객 몇이 함께 실려 돌아온다
오늘도 많이 덜컹거렸다
급제동을 걸어 충돌을 피한 골목도 있었고
아슬아슬하게 넘어온 시간도 있었다
그 하루치의 아슬아슬함 위로
초가을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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