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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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모음

간고등어 한 손 /유안진

연안 燕安 2015. 4. 27. 08:09

간고등어 한 손

유안진


아무리 신선한 어물전이라도
한물간 비린내가 먼저 마중 나온다
한물간 생은 서로를 느껴 알지
죽은 자의 세상도 물간 비린내는 풍기게 마련
한마리씩 줄 지은 꽁치 곁에 짝지어 누운 간고등어
껴안고 껴안긴 채 아무렇지도 않다

오랜 세월을 서로가 이별을 염려해온 듯
쩔어든 불안이 배어 올라가 푸르러야 할 등줄기까지 뇌오랗다
변색될수록 맛들여져 간간 짭조롬 제 맛 난다니
함께한 세월이 길수록 풋내 나던 비린 생은
서로를 길들여 한가지로 맛나는가

안동 간고등어요
안동은 가본 적 없어도 편안 안(安)자에 끌리는지
때로는 변색도 희망도 되는지
등푸른 시절부터 서로에게 맞추다가 뇌오랗게 변색되면
둘이서도 둘인 줄 모르는
한 손으로 팔리는 간고등어 한쌍을 골라든
은발 내외 뒤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반백의 주부들.






65년 『현대문학』 등단
정지용문학상, 월탄문학상 등 수상
시집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어라』
『봄비 한 주머니』『다보탑을 줍다』 』,『거짓말로 참말하기』,『알고(考)』,
『둥근 세모꼴』등  
산문집 『우리를 영원케하는 것은』 외 다수
장편소설 『다시 우는 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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