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개간)

석양의 시간

연안 燕安 2014. 8. 18. 22:00
 
    석양의 시간 땅거미 기어드는 숲에서 지친 다리 절름거리며 세월을 거슬러 보는 것이나 거침없이 물드는 황혼 속에서 나무와 돌처럼 어스름에 취해 밤을 잊거나 별밤 호수에 출렁거리는 흙탕물처럼 까마말쑥하거나 어깨 벌어진 간호조무사가 뚜벅뚜벅 걷는 복도처럼 어둡게 흔들리는 골목길에서 핏발 선 세상을 소주병 아가리로 쏟아내고 어수선한 시간의 한 폭 잘라내어 그렁그렁한 눈으로 뜨거운 노래를 뽑아 보거나 하냥다짐하다 멍든 혀끝 날름거리며 미친개처럼 하얀 갈망의 거품들만 어지럽게 쏟아낼 뿐 막장 같은 길목 잿빛 얼굴에 샐그러진 눈 깜박이며 살얼음 밑 개울물 흐르는 노래에 갈대처럼 휘청거려도 성냥불처럼 화르르한 시간만 빗나간 화살 따라 포물선을 그릴 뿐. --시에티카 11호(2014년 하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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