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개간)

직선의 사내

연안 燕安 2014. 5. 22. 00:25
 
    직선의 사내 한 방향으로 곧게 뻗은 길 그가 일직선으로 걸을 때마다 직선이 드세게 드러난다 낡은 창고를 뜯어내고 내부를 개축했던 사내 노는 날이 많아 하룻낮을 산에서 산다 곁길을 모르고 점점 직선이 되어 가는 사내를 따라가다 보면 뜻밖에 굽은 길을 만난다 꼬부랑 오솔길 길섶엔 고양이와 개가 졸고 반듯하게 다듬은 남새밭이 곁든 빈터가 밟힌다 하늘 찌를 듯한 참나무 아래에서 직선으로 내뿜는 날숨소리가 퍼져 나오고 석양빛에 물든 치자색 벤치에서 꽃 초롱처럼 타오르는 상념의 불꽃 머릿속을 밤바다의 등대처럼 비춰 준다 절망의 장벽을 넘어온 직선 풀어진 머릿결처럼 출렁거린다.
    --시에 34호(2014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