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개간)

명산둘레길

연안 燕安 2014. 5. 22. 00:22
 
    명산 둘레길 하늘 가운데 아득한 산봉우리가 구름 속에서 보일 듯 말 듯 잔돌 깔린 산등성이 흐드러진 철쭉이 니일니일 붉게 물결치고 어릿광대 미소를 머금은 얼굴들 갈꽃 같은 은빛 머리칼을 나풀거리며 어기적어기적 산자락 오솔길을 더듬거리는데 숨찬 땀방울이 등을 타고 물줄기처럼 흘러내리고 다리는 휘청거려도 머릿속은 대숲처럼 푸른데 호젓한 산길이 끝나는 길목 웅숭깊은 산골짜기에선 급류가 뒤집힐 듯 출렁이며 흐르고 깎아지른 듯한 암벽에 거대한 부처의 얼굴이 자애로운 미소를 띠고 있는데 밑바닥에서 부르릉거리는 크레인 엔진 소리 절터를 위장한 채석장 떵떵 꽝꽝, 산의 뼛골 부서지는 소리. --시에 34호(2014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