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개간)

해후

연안 燕安 2014. 8. 19. 08:04
 
    해후 바다 건너 먼 곳에 사는 여자 신기루처럼 찾아왔네 삼십 년을 울긋불긋 타오르던 숲 속 아름드리나무는 잿빛에 젖어 지금도 그 자리에 젖버듬히 서 있는데 남쪽에서 불어오는 열풍처럼 붉은 단풍잎 같던 사람 이미 떠난 지 오래네 달 없는 한밤 시름에 젖던 그는 어디에도 없네 은행잎 같은 낯빛으로 옛날처럼 세월 촘촘히 박힌 손 잡아 줄 사람 생각나 갈잎 버석거리는 길바닥에 주저앉아 풀어헤친 머릿결 출렁이고 있네 빈 들녘 자차분한 들국화 피면 한줌의 꽃씨 가슴에 품고 밑바닥을 향해 낮은 곳으로 몸을 던지는 단풍잎 같은 사람 찾아 세상 어딘가로 떠나갈 것이네. --시에티카 11호(2014년 하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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