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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모음

불새/박형준

연안 燕安 2014. 4. 17. 22:42

불새

             박형준

 

 

봄꽃들―

나는 공기 속에서 죽은 사람을 태운 재를 마시는 상상을 한다

 

포클레인이 변두리의 집을 부수고 난 뒤

며칠이 흘렀다

집 부서진 자리마다 꽃송이들이 피어났다

 

잿더미 속에서 부활의 역사를 쓰며

 

자신이 죽을 때마다 그 흔적 속에서 태어난다는

태어날 때마다 아름다워지며 날아간다는

새 한 마리

 

비오는 날

꽃 속의 호수에 비쳤다가

사라지곤 하였다

 

꽃송이들의 눈은

자기 내부만을 응시하고 있다

―박형준 시집 『불탄 집』(천년의시작, 2013) 중에서

 

 

* 박형준

  1966년 전북 정읍 출생.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 했다. 1991년 《한국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 『빵냄새를 풍기는 거울』, 『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 『춤』,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평론집 『침묵의 음』. 산문집 『저녁의 무늬』, 『아름다움에 허기지다』 등이 있음. 동서문학상, 현대시학작품상, 소월시문학상, 육사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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