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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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모음

불로뉴의 숲 / 박미산

연안 燕安 2013. 11. 22. 19:01

불로뉴의 숲  

박미산


  미로를 헤매다 하나씩 내 길로 만들어 가는 쾌감, 당신은 모르지요? 국적과 이름은 상관없습니다 나는 소비하는 여왕입니다 사고 싶은 목록을 써 내려갑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최신 유행을 따르기 위해 달립니다

  불로뉴 숲이면 어떻고 비닐하우스가 즐비한 양재천 숲길이면 어떤가요? 상상의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현실은 장애물이 아닙니다 해외파를 꿈꾸는 나는 날마다 나를 포장합니다 명품 옷과 명품 가방으로 치장하고 롱샹경마장으로 갑니다

  순종들끼리 황홀하게 바라보며 하오의 연정을 나눕니다 불로뉴 産도 아니고 양재천 産이 아닌 나는 순종으로 태어나기 위해 다시 목록을 추가합니다 엄마와 동생들을 지우고 밤의 여인들로 가득한 숲길로 걸어 들어갑니다








인천출생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2006년 계간 《유심 》시 부문 신인상
200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루낭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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