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막 어두워지는 숲길 /황학주 본문
막 어두워지는 숲길
황학주
숲길이 막 어두워져 더 걸어 들어갈까 말까 하는 갈피에서
무슨 빛인가 발그레하게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숲이 항아리를 씻어두었는지
무슨 빛인가,
여름날 길을 달리한 모든 가지들 위에
밥 묻은 손바닥처럼 얹히는 것이었습니다
노란 양푼을 업은 금달맞이꽃이 눈에 띄는 것이었습니다
그 길은 언젠가 두 사람이 걸어
이끼 앉은 수면 위의 잔뿌리들을 걷어내던 곳
찬 이슬을 지날 때까지 구부러들어야 했던
어둠의 설움의 친정이었을,
숲에선 하루해를 핥아준 냄새가 나고
지하대수층에 다니러가는 해가 밤나무 밑으로 접어들면
마른 새가 엎드려 있어도 좋을
눈동자 같은 둥지가 밝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오 숲길은,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을 때가 있어서
두고 가는 사람을 짐작하지 않지만
사람과 다른 과일도 있다는 말을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1954년 광주 출생
세종대, 한양대 교육대학원 졸업
우석대 대학원 졸업, 문학박사
1987년 시집 <사람>으로 작품활동 시작
현재 이롬라이프 및 국제 사랑의 봉사단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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