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검은 숲 / 홍일표 본문
검은 숲
홍일표
내 가슴에서 빠져나간 저녁이 숲에 산다
숲의 자궁에서 태어난 바다
물 이파리들이 파닥이며 몰고 가는 파도소리
물가의 바위가 꿈틀, 고개를 번쩍 들고 솟구친다
악어와 바위 사이의 거리가 희미해지는 순간
물질은 물질을 넘어선다 황홀하게
숯덩이에서 빠져나온 햇덩이 그 붉은 심장처럼
몸을 지우고 소리만 남은 바다 같이
이름이 떠오르지 않지만
낯익은 얼굴
두근거리며 다가가 손에 쥔 것은 나뭇가지에 매달려 출렁이는 파도
생의 바깥에서 달려온 누군가의 못다 부른 노래이다
숲 속
검은 눈을 가진 적막이 가만히 들여다보는
이제 어느 들판에선가 내 가슴을 휘돌고 나간 먹장구름이 검은 비를 쏟아낼 것이다
혹자는 그걸 사나운 악령이라 부를 것이고
바다로 흘러간 숲들은 나무 이파리 같은 물고기들을 낳을 것이다
1958년 출생
1988년 《심상 》신인상
19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안개, 그 사랑법 』『순환선 』『혼자 가는 길 』『살바도르 달리風의 낮달』.
산문집 『 죽사발 웃음 밥사발 눈물』, 민담집 『 산을 잡아 오너라』
『닭을 빌려타고 가지 』『매혹의 지도』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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