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미천골 물푸레나무 숲에서 / 이상국 본문

현대시모음

미천골 물푸레나무 숲에서 / 이상국

연안 燕安 2013. 11. 22. 19:07

미천골 물푸레나무 숲에서


이상국


이 작두날처럼 푸른 새벽에
누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개울물이 밤새 닦아놓은 하늘로
일찍 깬 새들이
어둠을 물고 날아간다

산꼭대기까지
물 길어 올리느라
나무들은 몸이 흠뻑 젖었지만
햇빛은 그 정수리에서 깨어난다

이기고 지는 사람의 일로
이 산 밖에
삼겹살 같은 세상을 두고
미천골 물푸레나무 숲에서
나는 벌레처럼 잠들었던 모양이다

이파리에서 떨어지는 이슬이었을까
또다른 벌레였을까
이 작두날처럼 푸른 새벽에
누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1946년 강원도 양양 출생
1976년《심상》등단
<갈뫼>, <신감각> <속초시> 동인
민족예술인상, 제1회 백석문학상, 유심작품상 수상
시집으로 『동해별곡(東海別曲)』『 내일로 가는 소』
『우리는 읍으로 간다 』『집은 아직 따뜻하다 』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뿔을 적시며』등.

'현대시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년 신춘문예 당선 시 모음   (0) 2014.01.14
자작나무 숲 / 강인한  (0) 2013.11.22
숲에 살고 싶어 / 정공량  (0) 2013.11.22
불로뉴의 숲 / 박미산  (0) 2013.11.22
검은 숲 / 홍일표  (0) 2013.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