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기차역
오일장이 서면
보따리장수들 수다와 담배 연기로 출렁이는
시끌벅적한 시골 역
낡은 풍경화 한 장을 펼쳐놓고
산을 휘감고 달려온 철로를 바라본다
어느 해 봄,
기르던 고양이가 담벼락 위에서 요란하게 울던 날
오랜 지병에 조용히 눈을 감은 아버지
창백한 얼굴 골 깊던 주름도 모두 사라지고
준비 없는 이별 앞에 해가 바뀌도록
아버지를 부르며 묘지로 달려갔다
칠흑 같은 어둠을 헤치며
마을로 내려온 아버지
훌쩍이는 나를 다독거리다 새벽이 오기 전 떠나가셨다
이십 년의 추억을 열차에 싣고 떠나던 날
붙잡는 목소리도
흔들어 주는 손도 없었다
쓸쓸했던 유년의 추억, 사춘기의 방황을 내려놓은
기차역은 점점 멀어져갔다
오랫동안 잊고 살던
그 역을 내게 처음 보여주던 아버지
이제 지긋한 나이가 되어
아버지가 누워있는 땅을 찾아 가고 있다.
--시에티카 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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