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 날, 매운 바람은 윙윙 불어대고, 가난의 하늘은 캄캄하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세상이지만, 문득 싸늘한 밤공기를 사복사복 감싸안는 포근한 눈사위가 있어 다소간 위로가 되는 일이다 눈 덮인
보리밭길을 환하게 비춰주는 밤별들의 따뜻한 노래가 있는데 또한 무엇이 두려울 것인가 가난과 어둠과 온갖 거짓으로 가득찬 시간
위에 피어나는 노래, 그것이 곧 별이다. 진리의 별이 하나, 둘 뜰 때 내일에 대한 굳은 믿음들이 돋아날 때 거짓의
하늘에 따뜻한 화해의 눈발이 휘날리고 북풍이 몰아치던 어두운 삶의 보리밭길에도 푸른 첫 새벽이 피어나리라 그 힘으로 이 캄캄한
슬픔을 관통하리라 (양현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