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도서(2011/3분기) 본문
2011년 3분기 우수문학도서 선정 심사평을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총 선정도서 종수는 64종이며 아래는 장르별 전체 심사평 및 선정도서 목록입니다.
-------------------------------------------------------------------------- <시> 16종
3/4분기 우수문학도서 심사대상이 된 시집은 총 68권이었으며, 4명의 심의위원이 본심에 올린 작품은 25권이었다. 이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심의위원 사이에 오간 논의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시의 생산현장이 확대되었다. 문학의 현장이 대개 그렇지만, 시 분야에서도 몇몇 유력 출판사의 독과점 현상이 없지 않다. 그런데 이번에는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발행된 서로 다른 시리즈에 속한 시집들이 많아졌다. 이것은 시의 생산과 향유의 저변이 확대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둘째, 시인 각자의 각개약진이 두드러졌다. 이것은 특정한 담론이나 경향성에 휩쓸리기보다는 시인 각자의 고독하고 치열한 사유들이 생산적인 결과를 낳았다는 것을 뜻한다.
셋째, 공동체의 상상력이 약화되었다. 둘째 특성과 연관되는 바이지만, 공동체 전반의 문제를 시적 중심에 두고 사유를 펼친 시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것이 이번 분기만의 특징인지, 최근 시의 경향인지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야 하겠지만, 우려할 만한 현상이 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시의 근골(筋骨)이 튼튼해졌다. 자신의 사유를 밀고 나가는 뚝심이 돋보인 시인들이 많았다. 우리 시의 생산성에 관해서는 여전히 믿음을 잃지 않아도 좋다는 증거다.
심사를 하고나면, 마지막 순간에 내려놓아야 했던 시집들이 눈에 어른거리게 마련이다. 빼어난 시집이지만 심사위원들의 안목이 미치지 못해서, 전체의 배치와 안배에 맞지 않아서, 그 자신과 중복이어서 선택되지 못한 시집들이 있었다. 송구스럽지만, 그런 고민이 많을수록 우리 시의 자산이 풍요롭다는 뜻이라고 속으로 위안해본다.
*심의위원: 도종환, 송찬호, 권혁웅, 조용미(이상 시인)
|
'좁은 산책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산과 배설 / 임보[신춘문예를 지켜보면서] (0) | 2012.04.05 |
---|---|
시정신詩精神 그리고 비시非詩와 반시反詩 (0) | 2012.03.30 |
정이란 무엇인가 (0) | 2012.03.27 |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0) | 2012.03.16 |
귀거래사(歸去來辭) (0) | 2012.02.04 |